"폭력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남북한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함께 명심해야 할 교훈입니다."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사회봉사의원연맹'의 창립 총회 참석차 방한한 란 코헨(64·사진) 이스라엘 국회의원(메레츠당)이 건넨 충고이다. 한국·이스라엘 친선협회의 이스라엘측 회장이기도 한 그는 1일 "이·팔은 독립된 두 국가의 수립을, 남북한은 두 국가의 통일을 원하는 등 목표는 정반대지만 그 성취 방법이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배울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말 주택부 부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낸 코헨 의원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진보 좌파 정치인.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권의 대 팔레스타인 강경책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내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헨 의원은 샤론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다 최근 괴한의 공격을 받아 두 차례나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평화주의 노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동평화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완수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며 한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근 북핵 사태를 지켜보며 한반도에서 폭력이 재연될까 걱정했다"는 코헨 의원은 남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방안으로 비무장지대에 거대한 산업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북 경제지원 효과는 물론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로로서 양측의 이질감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코헨 의원이 92년 주택부장관으로 재직 당시 국내에서 추진하다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높은 전기 울타리로 팔레스타인 측 테러리스트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발상이 한심하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코헨 의원은 "봉사의원연맹 총회에서 다른 아랍권 의원들과 중동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뜻 깊었다"고 했다. 다른 국제행사에선 아랍권 인사들을 만나면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1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코헨 의원은 부인과 함께 설악산 등 한국의 곳곳을 둘러본 뒤 11일 출국할 예정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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