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그 목표나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국력이다. 고전적으로 국력의 요소는 인구 영토 자원 등 3가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국제관계 속으로 확장해 말할 때 국력은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그 국가의 정신력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토가 넓고 자원이 많아도 강대국이나 선진국으로 지칭되지 않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국력을 양적으로 계량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변화무쌍한 국제 역학관계에서 역동적인 외교력이 국력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일방주의(unilateralism)라는 새 용어를 등장시킨 초강대국 미국의 국력은 물적 정신적 기술적 요소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 한 국가가 압도적 힘의 우위를 차지할 때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나 긴장이 고조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세가 불리한 주변이 하나로 뭉쳐 대항에 나서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들 간 팽팽한 세력균형의 상태에서 전쟁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드는 이론도 있다. 어떤 구조가 더 불안정한가는 계속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만 지금 미국의 힘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데도 다른 강대국들의 대항이 없다는 점이 이상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 미국의 힘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자유기업원의 이춘근 박사는 1990∼98년 미국의 경제력은 27% 증가한 데 비해 유럽연합이 15%, 일본은 9%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예시한다. 군사력의 경우는 입이 딱 벌어진다. 올해 세계 모든 국가들의 국방비가 7,500억달러인데, 이 중 미국의 국방비만 3,800억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국방비를 합한 것보다 미국의 국방비가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이 초강대국이라고 지칭된다.
■ 전통적 국력의 요소인 인구의 힘도 크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무려 11.4%나 된다. 다른 선진국들이 1∼2%대에 머문 경향과 비교하면 뜻밖인 증가다. 특히 이 증가에서 젊은 인구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 미국인의 평균 연령이 35.5세인데, 유럽의 평균연령은 37.5세라고 한다. 선진국들의 일반적 추세와 달리 노령화의 부담이 없고 활동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분열 갈등 대립으로 국력 분산의 걱정들이 많아졌다. '국력을 키우자'였던가…. 경제성장을 독려하던 개발시대, 국력을 말하던 계몽적 표어들이 기억난다. 지금 우리의 국력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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