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뒤에도 호우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피해는 예년보다 크지 않아 담당 공무원들이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집중호우는 내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올해 비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해 문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수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은 약 1,274㎜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여름철에 집중된다. 여름철이 되면 태풍, 장마, 게릴라성 호우의 형태로 강우가 전국 곳곳에 쏟아진다. 정부는 수해를 줄이기 위해 소양댐,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 등 다목적댐을 건설해왔고 그 결과 약 18억톤의 물을 필요에 따라 저장하거나 방류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강물 범람을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 제방을 쌓아왔다.
이처럼 수해 방지 시설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역설적으로 수해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그간의 수해방지 대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토의 강과 하천의 바닥(하상·河床)은 주변 농경지보다 5∼10m 깊은 골짜기형이었다.
하상이 골짜기형으로 돼 있으면 물의 흐름이 빨라지고 물 저장량도 많아진다. 그래서 당시에는 댐이 많지 않아 홍수 조절이 불가능했음에도 비가 개이고 나서 3일 가량이 지나면 침수된 농경지의 물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그러나 해방 이후 아파트, 철도, 도로 등 각종 개발이 계속되면서 하상이 평지보다 높아졌다. 하상이 높다 보니 장마철이면 강물이 평지로 쉽게 범람해 피해가 커지게 됐다. 장마철이면 전국 곳곳의 농경지와 도로, 교량이 침수되고 비가 개인 후에도 10일이 지나야 물이 빠진다.
수해를 근본적으로 줄이자면 하상을 골짜기형 구조로 깊게 파내야 한다. 그래야 호우가 찾아올 때 강물 수위가 낮아지고 조기에 배수가 된다. 비가 개이고 나서 저지대 침수 농경지도 배수 시간이 단축된다.
또 갈수기에는 200억∼300억톤의 지하수가 하천에 모여 개울물, 시냇물로 흘러 든다. 또한 각종 건설 공사 시에는 무분별하게 토사를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건설 공사에서 약 1억톤의 토사가 강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해를 막기 위해 당국이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최 용 택 맑은물 되찾기 운동연합회 산하 물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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