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거래소시장에서 신일건업 주가는 제일투자증권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 이하 애널)의 '강력매수' 추천에 장 시작 2시간 만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코메론 주가는 이날 대우증권의 매수추천에 6.34%나 올랐고 신세계I&C도 LG투자증권의 보고서 한 장에 그동안 소외에서 벗어나 모처럼 급등했다.애널의 약발 증권사 애널의 매수 추천 직후 주가가 급등하거나 중립·매도 투자의견에 반대로 급락하는 이른바 '애널 주가'가 잇따르고 있다.
업종 및 기업 분석과 종목 발굴을 담당하는 애널들이 시장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저평가 중소형주나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우량 가치주를 찾아내 추천하는 분석 보고서를 내면 주가가 이에 즉각 반응한다. 애널들은 "요즘처럼 투자의견에 따라 시장이 움직여주면 일 할 맛이 난다"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 바람에 '보고서 장세'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인수합병(M&A) 논란까지 몰고 왔던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주가 급등도 삼성증권 애널의 매수추천 리포트가 기폭제가 됐고 최근 주가가 급등한 성지건설도 교보증권 매수추천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숨은 진주 찾기와 뒷북 치기 이 같은 보고서 주가는 우선 애널들의 치열한 기업 분석활동과 '숨어있는 진주'를 찾는 종목 발굴 노력의 산물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중소형주를 발굴하기에, 삼성전자 등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에 가슴앓이를 했던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애널 파워'가 단비나 다름없다.
하지만 뒷북치기 위험도 따라 다닌다. 우선 애널의 기업분석 보고서는 기관투자가와 일부 큰손들에게 먼저 배포된다. 증권사는 추천 보고서의 사전 배포 사실을 리포트 말미에 조그마한 글씨로 알리기만 하면 된다. 개인 등 일반투자가들이 보고서를 접할 때는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있는 경우가 많고 목표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상승 전형이냐, 끝물이냐 올 3월 이후 상승장에서 외국인과 대형주가 장을 이끌면서 대부분의 펀드와 개인투자가들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펀드매니저와 큰손들이 중소형 우량주를 찾게 됐고 애널들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 지수가 어느 정도 오른 상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추천보다는 중소형주에 대한 추천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팀장은 "약세장에선 매수 리포트에도 투자자들이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리포트 주가가 나오는 것은 종목에 목말라 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널 주가'가 중소형주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상승장의 막바지 국면에서 나타나는 징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상승장 때도 지수 꼭지 부근에서 리포트 주가가 빈번했으며 주가는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 김승현 팀장은 "애널의 종목 발굴이 활발하다는 것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대한 가격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그나마 중소형 저평가주로 눈을 돌리면서도 철저히 실적 중심의 판단을 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질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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