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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권력의 단맛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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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권력의 단맛을 경계하라

입력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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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기소 독점권을 갖는다. 범죄를 수사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해 처벌받도록 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인 검사가 권력의 한 가운데 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힘이 있으면 반드시 주변에는 그 힘에 기대어 보려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검사의 힘과 영향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려는 세력 가운데서도 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 '토호'들은 검사들 사이에서도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중견 검찰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좋은 사례다.

"첫 근무지에 부임해 선배 검사가 연 환영회에 참석했는데, 그 지역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인사 몇이 있었다. '왜 이런 자들이 이 자리에 끼나'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지만 선배가 주선한 자리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거나 불쑥 찾아와 청탁을 하는 등 집적대길래 불호령을 쳤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내가 술자리를 거절하는 등 유혹에 넘어가지 않자 그들은 여기저기에 온갖 음해성 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결국 서울 상부에도 소문이 퍼져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시선을 청주로 돌리자.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전·현직 청주지검 검사와 직원들에게 향응 접대를 한 이원호(50)씨도 그런 토호에 속하는 인물이다. 7월31일 본보 보도 이후 1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청주 파문'의 씨앗은 다름 아닌 이씨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힘있는 자들의 비호가 필요했던 이씨는 양 전 실장과 현직 검사, 검찰 직원들에게 술 대접을 해왔고,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술 더 떠 이씨는 정치자금 제공 등을 통해 중앙 정치무대로 비호세력의 범위를 확대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한 검찰 간부는 후배 검사에 의해 검찰내 이씨 비호세력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구속된 김도훈(37) 전 검사는 청주지검 부임 직후부터 비호세력에 기대어 불법·탈법 행위를 일삼은 이씨를 처벌하려다 자신이 구속되는 비운을 맞았다. 만일 '몰래 카메라'라는 무리한 수사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김 전 검사는 그야말로 권력과 유착한 토호의 갖은 회유와 협박을 뿌리치고 끈질긴 수사 끝에 토호를 사법처리한 의기 있는 검사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권력과 토호의 유착에서 비롯된 '청주 파문'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내부 개혁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검찰 조직과 검사들에게 더 엄격한 자기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사는 자신의 권력을 바라보고 다가오는 '단 맛'에 빠져드는 우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상사나 선배, 친인척까지 동원하고 지연, 혈연, 학연을 매개로 접근하는 '단 맛'의 유혹은 너무나 강해서 잠시 한 눈을 팔면 중독이 되고 만다. 어디 토호 뿐일까. '단 맛'은 정치권과 기업, 법조계,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때로는 승진과 출세를 미끼로,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교묘히 파고들면서 접근한다. 과거에는 정치적, 출세지향적 성향이 강한 일부 검사들이 스스로 '단 맛'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로 인해 검찰이 얼마나 국민 정서와 유리된 길을 걷게 됐는지, 검찰 스스로 명예와 자긍심을 얼마나 실추시켰는지 반추해보아야 한다.

국민은 권력의 '단 맛'보다 권력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현실의 '쓰디 쓴 맛'을 마다하지 않는 검사를 원한다는 것을 새삼 곱씹어보아야 할 때다.

황 상 진 사회1부 차장대우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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