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개된 서울 8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균 평당분양가는 1,331만원으로 서울의 기존 아파트 평균 평당가(961만원)를 40% 가까이 웃돌았다. 서초구 서초동의 대림 e-편한세상 48평형(8억6,180만원)은 내년 8월 입주하는 인근의 같은 브랜드 아파트 48평형보다 2억원 이상 비싼 지경이다.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단지 규모도 작고, 분양권 전매도 제한되는 등 악재 투성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이후 부동산 시장 초호황기를 거치며 오를대로 오른 기존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게 공급되고 있으니 상식으로는 설명 안 되는 기현상이다.
분양가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데도 원인 제공자인 건설업계와 정부는 '피치 못할' 핑계를 대기에 급급하다. 건설사들은 마감재 고급화에 따른 시공원가 상승이라는 '고전적인' 이유를 들어 분양가 상승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시행사와 시공사 등 2개 주체가 덤벼들어 아파트를 짓다 보니 나눠가질 파이가 줄었고, 주변 아파트 시세를 감안해 '적당히' 분양가를 책정하다 보니 요즘처럼 아파트 값이 뛰면 분양가도 덩달아 뛴다는 것이 더 솔직한 답변일 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설교통부는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렸다고 해서 분양가를 다시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1998년 여론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분양가 자율화를 단행하면서 "시장원리가 작동하면 급격한 분양가 상승세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고삐 풀린 아파트 분양가를 어떤 식으로든 제어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시장논리에 함몰돼 있는 사이 열심히 청약통장을 붓고, 청약을 하면 싼 값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서민들의 평생 꿈은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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