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분(전해들은 이야기라 그 분의 이름을 모른다)은 '바람난 가족'을 보셨다. 주영작이 마누라에게서 '아웃' 당하고 경쾌한 걸음으로 나가는 마지막 장면에 이어지는 엔딩곡 'Home Sweet Home'을 들으며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1823년 영국 작곡가 비숍이 만든 이 오페라곡은 가족 찬가의 대표곡이지만, 어어부밴드의 특이한 편곡을 통해 가족 찬가에 대한 냉소로 탈바꿈했다. 문제는 그 분이 이 음악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는 데 있다. 극장의 불이 훤히 켜지자, 관객들은 그것을 "웬만하면 나가지"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분은 "씨네큐브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아쉬워하셨다는 얘기.#2. 집 소파에 누워 케이블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박하사탕'을 봤다. 예전의 감동이 떠올라 다시 한번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야유회, 1999년 봄' '1994년 여름' 식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로 '끊을 때가 확실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때나 마구 끊어지며 광고가 이어졌다. 화를 참으며 엔딩 타이틀을 기다렸다. 영화에 기여한 사람들이 누구였나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나 '스토리'가 끝나기 무섭게 광고가 시작됐다. 광고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전문 채널이라면 달라야 한다.
가끔 기자 시사회장에서도 제작자들이 "영화 엔딩 타이틀 올라가면서 NG 장면 나오니까 일어서지 마세요"라고 공지를 하지만, '줄거리'만 끝나고 나면 '퍽'하고 실내등이 켜진다. 본편보다 NG모음이 더 재미있다는 청룽(成龍)의 영화라면 주변 분위기에 상관없이 자리를 지키게 되지만, 다른 영화들은 엔딩 타이틀을 볼 기회를 빼앗긴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그것이 '누구 제공'이라는 오프닝 타이틀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필름, 사운드 시스템 회사의 로고가 올라가는 엔딩 타이틀이 끝나는 시점까지다.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순간은 영화에 기여한 수많은 스태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명받는 순간이며,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로 이뤄졌는지를 말하는 순간이다. 더불어 그 순간은 영화가 말하기를 끝내고, 관객이 영화에 화답하는 순간이다. 여운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관객은 대부분 그 순간을 빼앗기거나 스스로 버린다. 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면, 즐기는 상황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여운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아, 없다구요. 그렇다면? 가차없이).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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