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혐의로 구속된 임실군수가 놀랄 만한 말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70% 이상이 승진대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7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고 사무관자리를 판 사람이 반성과 사죄는커녕 "왜 나만 잡아넣느냐"고 항변한 셈이다. 다 그 모양인 판에 임실만 문제삼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도 했다는데, 선출된 공직자의 도덕관념이 이 지경이라는 게 놀랍다.그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믿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지자체의 매관매직과 끊이지 않는 각종 비리를 보면 무시할 수도 없다. 더욱이 오래 전부터 지자체 주변에서는 이른바 사삼서오(事三書五·사무관 승진 3,000만원, 서기관 승진 5,000만원)라는 말이 떠돌았고, 그 말은 임실사건으로 인해 사실로 확인됐다. 임실군수의 경우 본인은 물론, 아내와 조카까지 금품수수과정에 개입했는데, 승진 탈락자가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소문만 무성할 뻔했다.
지자체장이라는 직위를 무슨 권리금이나 이권을 챙기는 자리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부정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거나 업자와 함께 땅장사를 했다가 구속된 시장·군수도 여러 명이다. 승진에 목을 매고 있는 부하직원들을 농락하는 행태는 업자들로부터 돈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다.
임실군수의 '70%발언'부분은 수사를 더 해야 한다. 혐의가 있는 곳에는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취하고, 다른 곳도 승진인사의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 매관매직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1995년 민선자치 이후 지자체들이 시험을 없애고 심사만으로 승진인사를 하는 바람에 비리와 인사 전횡의 소지는 더 커졌다. 내년부터는 다시 시험성적을 50%까지 반영한다는데, 공정한 인사가 보장돼야만 공직사회의 풍토를 바꾸고 돈으로 승진을 하려는 자세도 고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