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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혼인신고 가서 만난 이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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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혼인신고 가서 만난 이혼남

입력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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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혼 여행을 다녀왔다. 이곳 저곳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구나'라는 다소 들뜬 기분으로 구청에 들어섰다. 담당 직원 앞에 앉아 꼼꼼하게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다. 나는 '처음 작성하는' 혼인 신고서인 터라 들떠 있었는데, 담당 직원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했다.

잠시 후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 가까이로 왔다. 그는 시간에 쫓기는 듯 했다. 각종 신고 서식이 놓여진 함을 뒤적이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 서둘러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음, 나처럼 혼인 신고를 하러 왔군. 그런데 나처럼 별로 들뜬 표정이 아닌 것을 보니 어지간히 무덤덤한 성격인가 보군.' 그러나 착각이었다. 우연히 어깨너머로 그의 서류를 쳐다보니 이혼 서류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비슷한 연배의 두 남자가 서로 다른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했다.

그제서야 담당 직원의 근무태도가 왜 무표정한지 짐작이 됐다. 만약 이혼 신고서를 작성하러 온 손님에게 환한 표정을 짓는다면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반대로 결혼 신고서를 작성하러 온 손님에게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수북이 쌓인 혼인 서류들 위에 나의 소중한 서류가 올려졌고, 바로 옆에는 결혼 서류에 버금가는 높이의 이혼 서류가 쌓여갔다. 기분이 묘했다.

물론 마음에 맞지 않는 남녀가 결혼을 지속하면서 갈등하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헤어져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너무 쉽게 결혼하고 이혼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로 얼굴도 못보고 결혼해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아온 부모님 세대에 대한 존경심을 새삼 갖게 됐다.

집에 돌아가 이제는 '집사람'이 된 그녀와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구청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그녀는 갑자기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우리 다짐해요.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노후에 환한 미소로 자식을 맞이하는 부부가 되기로…." 그녀의 새치름한 표정을 보니 갑자기 기분이 유쾌해졌다. 나, 신용우는 다짐합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그녀를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습니다!

/신용우·결혼정보회사 듀오 기획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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