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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잇단 대규모 집회… 보수의 대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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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잇단 대규모 집회… 보수의 대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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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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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단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반북(反北)' 슬로건을 내걸고 대구 U대회 현장에서 북측과 잇따라 충돌하는가 하면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진보 단체와 세(勢)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청년 보수층까지 가세, 진보 세력의 요새였던 '언로'(言路) 장악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대공세를 DJ 정권 5년과 참여 정부 5년 등 10년의 헤게모니를 빼앗긴 수구세력의 '위기 의식의 발로'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없진 않지만, 일부에서는 시민사회가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으로 자연스럽게 분화해가는 현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남남 갈등 주도, 대규모 장외 집회

보수단체가 세력을 처음 드러낸 것은 올해 3월1일.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심미선·신효순양을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채 사그러들지 않고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날 시청앞 광장에는 114개 보수단체 회원 10만여명이 모여 '반핵, 반김'을 외쳤다. 이어진 4·19, 6·25, 8·15 '반핵반김 국민대회'는 그 동안 저항의 수단으로 알려진 집회와 시위가 더 이상 진보 진영의 전유물만은 아니며 보수진영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음을 일반에게 일깨워주었다.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의 서시주 대변인은 "'반핵반김'이란 구호는 핵개발로 한반도를 위협하는 김정일 체제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련의 보수단체의 행사는 각각 탈북난민운동본부, 국민대회청년본부, 재향군인회, 자유시민연대 등이 주도적으로 준비위원회를 꾸려 임시적으로 열렸지만 앞으로는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 오자복 이북도민연합회 회장, 김옥균 천주교한민족돕기회 총재, 정기승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등 100여명의 국민 대표들을 중심으로 상설 기구를 만들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격집회 불사, 제 목소리 내기 온 힘

이들 행사의 특징은 기존에 비해 자신들의 의사 관철과 표명을 위해 다소 과격성을 띠는 집회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미사일 모형물이 등장하거나 인공기가 등장해 화형식이 벌어지는 것은 기본이 돼버렸다.

보수 단체들은 또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자기 목소리 내기에도 열중이다. 반핵반김 뿐만 아니라 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 KBS 정연주 사장 선임 등 사회 전반의 첨예한 보·혁갈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민대회 청년본부는 4·19 대회 하루 전날 시청 앞에서 서승목 교장 추모 촛불시위를 갖고 "전교조는 교육계의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교단을 황폐화하고 다음 세대의 의식을 사로잡아 대한민국의 가치관을 뒤엎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전교조를 규탄하는 초·중·고 교장단 1만여명을 규합하기도 했다. 2000년 11월 DJ정권 중반 40여개 보수단체가 연합해 출범한 자유시민연대는 그 동안 전교조의 사립학교법 개정운동 반대 및 의료보험 재정통합 반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항한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꾸준히 벌여 주류의 균열을 꾀해 왔다.

인터넷 기반 청년 신보수 급부상

8·15 국민대회 당시 인공기 소각, 대구 U대회 미디어센터 앞 기자회견 사태 등을 계기로 북핵저지 시민연대 박찬성(48) 대표, 독립신문 신혜식(35) 대표,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이준호(32) 대표 등 신보수 세력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반공'을 주장했던 기존 보수단체와 달리 북한의 인권탄압 및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핵개발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지난 해 10월 40여개 보수단체가 결합, 북핵반대 1,000만명 서명과 함께 북핵의 위험성을 알리는 운동을 펴고 있는 박찬성 대표는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과 핵개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은 인권시민단체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평화로운 기자회견 도중 북한기자에게 테러를 당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청년 보수세력의 구심으로 떠오른 신혜식 대표와 이준호 대표 등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좌익'에 편향된 언론이나 정권 등에 적극 도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 전문가 진단

진보단체 못지않게 시위 현장 등에 적극 참여하고 과격 양상까지 띠고 있는 보수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권력이동'이 그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박명림 교수는 인공기 소각과 U대회장 충돌 등 보수단체의 튀는 행동에 대해 "보수단체들이 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보수적인 정책이 반영될 채널이 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인권'이나 '북핵' 문제에 대해 적정한 원칙을 견지하지 못한 것도 보수단체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분석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최근의 움직임을 '보수의 능동화'로 규정했다. 한 교수는 "북한에 대한 안티로서의 보수세력이 사회의 확실한 주류였던 시절에는 구태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보수진영이 연달아 패배한 것이나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U대회에 북한이 '평화'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상황 모두가 보수세력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재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세력이 막판 총공세를 펴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진보의 이념적 양극화와 대립 해소를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의견 수렴을 통해 합일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국제관계와 사회환경의 변화에 발 맞춰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가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한 교수도 "흘러가는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지만 현재의 보·혁 갈등은 다원적 정상사회로 가는 과도기"라고 분석했다. 연세대 박 교수는 "보수단체 역시 사회적·국민적 통합이란 대의 아래 인터넷이나 의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개진하려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 국내 대표적 보수단체들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은 광복 이후 번성했던 서북청년단, 대한청년단, 태극단동지회, 건국청년운동협의회, 실향민호국운동중앙협의회 등이 모태가 된 조직이다. 1954년 6월15일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출발해 89년 4월1일 한국자유총연맹으로 개칭됐다. 4·19 혁명 이후 자유당 외곽 조직으로 지목되면서 해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박정희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시·군·구 지부를 둔 전국 조직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보수 관변단체로 분류됐으나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환영하는 성명을 내기도 하는 등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NGO로 탈바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보수단체가 모였던 올해 8·15 국민대회에도 불참, 눈길을 끌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회장 정기승)은 88년 4월 오제도 허정훈 변호사, 검찰총장과 안기부장을 역임한 서동권 변호사, 전직 국회의원인 강신옥 장석화 변호사, 서울시장을 지낸 김상철 변호사, 82년 자유민족당 총재를 맡았던 용태영 변호사,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기창 변호사 등 주로 보수층을 대변해 온 원로 변호사 87명이 중심이 돼 결성한 조직으로 현재 회원은 200여명.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소송, 신문고시 위헌소송 등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자유민주민족회의(상임의장 이철승)는 김일성 사망 이후 조문 발언 및 한총련 대학생들의 분향소 설치 등을 계기로 94년 7월16일 자유민주총연맹, 건국청년협의회, 대한반공청년회, 자유·민주수호애국연합, 한국기독교교회청년협의회 등 33개 보수단체들이 결성한 보수연합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반대 등 주로 대북 정책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해왔다.

자유시민연대(공동의장 정기승 변호사, 류기남 대한참전단체연합회 회장)는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한민국건국회, 헌변, 대한참전단체연합회, 전쟁방지국민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청년연합회, 실향민중앙협의회, 월남참전전우회 등 45개 단체와 5,000여명의 일반회원(창립당시 200명)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 2000년 11월 출범했다. 2001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인민위원회의 사학접수'라는 과격한 문구를 사용해 색깔논쟁을 일으키며 전교조와 충돌하기도 했다. 자유수호국민운동(상임의장 장경순 헌정회 원로회의 의장)은 군 및 정계 원로, 보수 시민단체 대표 등 각계 인사 150여명이 중심이 돼 '김대중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2002년 4월26일 발족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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