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얼굴에 있지 않은 것은? 1.뺨 2.볼 3.이마 4.종아리. 이런 퀴즈가 방송에 나오면 어떨까? 어처구니 없는 문제라며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칠 것이다. 그러나 퀴즈 도전자가 외국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지난달 31일 MBC 추석 특집 '생방송 퀴즈가 좋다'의 녹화 현장은 방송 최초로 달인에 도전하는 외국인들과 응원나온 가족, 친구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출연자들이 외국인인 점을 배려해 특별히 녹화로 진행된 이날 퀴즈에서는 어학당의 추천을 받았거나 MBC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응모한 외국인 지원자 400명 중 예심을 통과한 9개국 10명이 참가했다. 지원자 중에는 화교나 재미동포 2세 등이 섞여 있었으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들은 배제했다.
이날 방송은 참가자는 물론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특이했다. ARS와 전화(검색) 찬스가 없어진 대신 외국인 참가자에게 15명의 역대 달인이 답을 알려주는 '달인찬스'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건 퀴즈의 문항. 객관식 퀴즈의 경우 '한국에서 쓰지 않는 동전을 고르시오', 'KOREA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나' 등 주로 한국 전통과 문화에 관련된 '쉬운' 문제들이 출제됐다. 그러나 주관식의 경우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달인도 못 맞춘 문제까지 등장했다. '1925년 제9회 국제대회에서 헬렌 켈러의 '라이온이여, 어두운 암흑의 문을 여는 십자군 기사가 되어다오'라는 유명한 발언으로 맹인을 돕고 눈을 보호하는 봉사운동을 시작한 이래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봉사단체는?' 달인은 월드비전과 적십자를 제시했으나 정답은 뜻밖에도 '라이온스' 클럽이었다.
방송 녹화가 늦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외국인 참가자들은 "너무 떨린다"며 긴장했다. 그러나 정작 녹화가 시작되자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을 뽐냈다. 일본인 이나가와 유키씨는 8단계까지 문제를 손쉽게 풀었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등에 재연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인 이다(28·여)씨는 1,000원, 5,000원, 1만원 권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 중 세종대왕과 퇴계 이황을 맞춰 방청객을 놀라게 했다. 참가자들이 보여준 다양한 장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외국인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미국인 강사 레슬리 벤필드씨는 엄정화의 노래를 현란한 춤과 함께 펼쳤다.
"한국정보통신대 무전통신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온도르마(25·여)씨는 손녀딸을 응원하기 위해 몽골에서 77세 할머니가 노구를 이끌고 찾아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온도르마씨는 퀴즈 달인이 될 경우 "제일 먼저 할머니께 선물을 사드리고 싶고 고국에 있는 부모님께 국제 전화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으나 달인 도전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저떤썬(39)씨는 "고국 미얀마에 8년 동안이나 못 가봤다"며 간절한 고향 생각을 드러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날 녹화된 추석 특집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14일 일요일 오후 4시40분부터 70분 동안 방영될 예정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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