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음 주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에로 마니아들에게 한가위는 케이블TV와 공중파에서 평소보다 두세 배는 많은 에로 사극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명절 '뽀∼오너스'로 한국 에로 사극의 열 가지 법칙을 한 번 정리해봤다.제1계명―에로 사극은 계급사회를 비판한다. 수절하는 마님은 정조 관념 때문에 욕망을 억누르고, 장가 못간 돌쇠는 옆집 삼월이보다는 왠지 마님의 뽀얀 속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들의 관계를 통해, 에로 사극은 계급사회의 규범을 넘어선다.
제2계명―그래서 마님은 은장도를 '뽑기만' 한다. "이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게냐!" "그래도 이놈이!" 하지만 결국은 은장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오랜 수절 끝에 극도의 오르가슴으로 치닫는 마님. 에로 사극의 진솔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본능은 억압할 수 없는 것이다.
제3계명―방사 중의 남자는 등만 보여준다. 그래서 이대근이 지존이다. 그의 넓은 등짝은 스크린을 가득 메울 만큼의 넉넉함이 있었다. 여기에 마흥식(산딸기2, 3)이나 김진태(속 변강쇠) 등이 "형님, 좀 나눠 먹읍시다"하고 달려들었지만, 이대근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제4계명―여성은 운명의 존재다. 남편이 성불구든가, 집구석이 찢어지도록 가난하든가, 태어날 때부터 온갖 살이 끼어 있든가, 옹녀든가…. 그녀들은 운명에 갇혀 있다.
제5계명―가끔씩 그녀들은 남성을 파멸시킨다. '어우동'의 그녀는 조선 시대의 팜므 파탈이었다. 옹녀 또한 관계 후 남성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 '뽕'의 안협네는 온 동네 가정 불화의 원인이었으며, 남정네들은 그녀 덕분에 마누라한테 무수히 얻어맞았다.
제6계명―남자들은 무능하다. 에로 사극의 남자들이 주로 하는 것 세 가지. 밥 먹기, 섹스하기 그리고 투전판 기웃거리기.
제7계명―왜 목욕은 폭포 밑에서 할까? 아마도 신체 노출에 엄격했던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옷을 벗지는 않지만, 물에 찰싹 달라붙어 드러나는 그녀들의 몸매는 엿보던 삼돌이와 돌쇠에게 우발적 행동을 저지르게 한다.
제8계명―그리고 물레방아는 왜 그토록 힘차게 돌아갈까? 요즘 모텔이 있다면 그때 그들에겐 물레방앗간이 밀회의 장소였다. 욕정이 솟구치는 순간, 물레방아는 갑자기 절구질을 시작한다.
제9계명―여자는 남자를 기다린다. '산딸기'부터 '뽕'을 거쳐 80년대를 관통했던 그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이여!
제10계명―적절한 과장법은 영화의 활력이다. 소변으로 폭포를 만들거나 물레방아를 돌리고, 섹스를 나누면 지진이 난다. 그래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 그곳이 바로 에로 사극의 세계다.
/김형석·월간스크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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