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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13>요리…미용…日에서 1인자꿈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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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학시대]<13>요리…미용…日에서 1인자꿈 키운다

입력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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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문학교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학과 사설학원의 중간쯤 되는 교육기관이다. 사립재단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한다는 점에서 사설학원과 다르고, 우리나라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단기대보다는 실제적인 교육을 더 중시한다. 도쿄(東京) 시내에만 수백개의 전문학교가 있어 한국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애니메이션 제과 요리 미용 컴퓨터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기량을 연마하며 최고 기능인을 꿈꾸고 있다.전제경(29) 야마노(山野)미용예술전문학교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야마노 출신의 30, 40대 대학강사들이나 선배들에게 자극을 받았다. 한국에서 8년동안 미용사 생활을 했는데, 일만 하다 보니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미용을 예술 및 의료 분야와 접목시켜 다룬다. 예를 들어 두발미용은 예술학과에서, 피부관리는 보건학과에서 가르친다.

일본의 미용 수준은 아시아에서 최고인 것 같다. '카리스마 미용사(잘 나가는 미용사)'는 월 1,000만∼2,000만엔(약 1억∼2억원)을 벌어들인다. 교육과정 이수 후 자격증을 따면 일본인의 경우 대개 100% 취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수한 설비와 훌륭한 강사진이 있는 만큼 1년 학비가 200만엔(약 2,00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오후 6시 수업이 끝나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공부를 한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영이나 미용교육까지 생각하고 있다.

김계영(26) 도쿄제과전문학교 양과반

1년반 정도 어학코스를 밟고 올 4월 입학했다. 양과 화과(和菓·일본과자) 빵과 등에 총 700명의 학생이 있으며, 이중 120여명이 외국인 학생이다. 한국 학생도 많고, 10년 간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온 사람도 봤다. 고교 졸업 후 6개월의 학원코스를 거쳐 서울 R제과 본점에서 5년간 근무했는데, 서비스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은 우리와 입맛이 비슷한데다 유럽 기술도 많이 응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과 다시 기초부터 공부하고 있다. 2학년 때부터는 실연제품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선 6개월 학원을 다니고 대부분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지만 이곳에선 2년 동안 체계적으로 완벽하게 가르친다.

이동훈(29) 도쿄조리사전문학교 졸업·세이부분리(西武文理)대 서비스경영학과

고교 졸업 후 강남 R호텔과 스시 전문점에서 근무하고 제대 후 일본으로 와 어학연수를 했다. 일본요리는 한국에 많이 알려진 스시와 덴뿌라, 사시미뿐 아니라 지방별·계절별 요리 등에서 끊임없는 창의성이 요구된다. 1학년 2학기 때 일식을 선택해 향토요리부터 정식 코스요리 등 깊고 넓은 일본 요리의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칼 가는 법부터 시작해 칼 다루는 방법, 생선 포 뜨는 방법 등을 배워나갔다. 졸업할 때는 코스요리까지 만들 수 있다. 강사는 전국요리사협회 회장이나 호텔 일본요리 총책임자 등의 현직 요리사들이다. 오사카(大版)츠지요리전문학교, 하토리(服部)요리전문학교도 유명하다.

김선이(37) 세이부분리대 서비스경영학과

한국에서 미용경력이 8년 있어 처음에는 일본 학생들이 1시간 넘게 걸릴 때 20분이면 마쳤다. 하지만 1년이 지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퍼머 커트 업스타일 등 기본에서 일본 학생들이 나보다 훨씬 나았다. 미용 '예술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섬세하게 가르치는데다 10억원 짜리 미용기구까지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 학교 유명강사인 호리베라 요시유키(堀部美行·76)씨라는 업스타일의 아시아 1인자 밑에서 배웠다. 일본은 기술직에서는 학벌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름 있는 전문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단기대를 졸업한 후 일본 유일의 서비스경영대학인 세이부분리대 서비스경영학과에 입학했는데, 수업할 때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기술 뿐 아니라 장인정신과 결부된 서비스 정신이 있는 것 같다.

이상복(29) 도쿄멀티미디어전문학교 컴퓨터그래픽

대학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일본에 와 2년간 어학연수 과정을 마쳤다. 3D 애니메이션은 북미나 유럽이 강세지만 3D 게임에서는 일본이 최고다. 올해 전자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학비는 1년에 78만엔(약 780만원).

강사는 대부분 회사에 취직해 있는 사람들이 부업으로 한다. 따라서 당연히 실습 위주의 교육이다. 기초부터 조금씩 가르치지만 '세뇌식' 마스터 교육이다. 2학년 여름방학 이전까지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취직할 수 없다. 2년 과정을 마치면 초보 단계인데 회사에 작품을 들고 가서 합격점을 받으면 '키우기' 위해 데려간다. 23명의 소수정예인데 그나마 방학이 지나면 10여 명이 포기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도 작품이 훌륭해 취직이 되면 쉽게 취업 비자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도쿄=박은형기자 voice@hk.co.kr

■물가 비싸지만 "알바"자리 많아

밤늦게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거리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잔뜩 묻어 있었다.

IMF 때 일본으로 건너온 호세이(法政)대 경영학과 4년 김영윤(28)씨는 "5년간의 일본 유학생활 동안 신문 배달, 음식점 종업원,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도쿄는 교통비 집값 등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장학금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아르바이트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 잘만 하면 유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오히려 덜한 곳.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는 학비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유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보편화한 것이다.

서빙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보수는 시간당 800∼1,000엔(약 8,000∼1만원). 그보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은 시간당 2,000엔(약 2만원)이 넘기도 한다. 고마자와(駒澤)대 상학과 3년 홍래완(29)씨는 "낮엔 공부하고 밤엔 일을 하려면 몸이 고되긴 하지만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 생활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공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대학이 점차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줄여가는 추세여서 유학생들의 시름도 깊어 가고 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2004년부터 독립법인으로 전환, 자율적인 예산 운영 및 집행이 시작되면 외국인에 대한 장학금 지원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오사카(大版)대 건축학전공 박사과정 김봉경(34)씨는 "최근 들어 중국 유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한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이 줄어드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본 유학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지나친 영어권 유학생 선호현상으로 인해 한국에 돌아갈 자리가 없다는 것. 김봉경씨는 "한국에도 자리가 없어서 아예 이곳에서 취직해 아이를 키우고 사는 유학생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오사카=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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