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1993년 10월 10일 오전9시30분 서해훼리호는 승객 수백명을 태운 채 전북 부안군 위도 파장금항을 출발했다. 바다 건너 격포항을 향하던 배는 그러나 40분 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 속에 가라앉았고 292명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기억 속에서조차 지워져 가는 서해훼리호 참사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올 10월 10일 오전10시10분.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와 보상 문제로 섬 전체가 뒤숭숭한 위도에서 당시 사망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파장금항에서 격포항까지 15㎞를 헤엄쳐 건너는 '위도―격포 추모 도영(渡泳)' 행사가 열린다. 도영은 특별 제작한 철망에 뛰어들어 1명이 1.5㎞씩 10명이 릴레이로 진행해 7시간 후인 당일 오후 5시께 끝난다.
행사 단장인 박성수(40·전북 전주시 주공삼천6단지 관리소장)씨는 개인혼영 400m 한국기록을 8번이나 갈아치운 수영 국가대표 출신. 위도 출신으로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 가까운 친척들을 잃은 그는 "유가족들은 지금도 사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참사 10주년을 맞아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전북도와 부안군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이 같은 계획을 소개하고 뜻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호응이 커 무려 254명이 지원하는 바람에 6월29일 수영장에서 선발시험을 치러야 했다. 나이와 체력, 수영능력 등을 고려해 1차로 24명을 뽑아 7월 5일부터 부안군 변산면 전북학생해양수련원 앞바다에서 바다 적응 훈련을 가진 뒤 지난달 15일 2차로 14명을 선발했다. 이들 가운데 10명을 최종 선발해야 하지만 모두 의지가 강하고 특히 주부 2명은 "죽어도 참가하겠다"고 해 박단장은 고민에 빠졌다.
박 단장은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이 너무 쉽게 잊혀지는데다 부안군도 원전시설 문제가 불거지자 10월 10일 위도에서 열기로 한 위령제를 유보해 안타깝기만 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기를 기원했다.
/부안=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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