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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총선의식 선심·이익집단 반발에 '조세형평' 또 물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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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총선의식 선심·이익집단 반발에 '조세형평' 또 물건너갔다

입력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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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조세감면 제도를 대폭 축소ㆍ폐지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려던 정부의 방침이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요구와 이익집단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돼온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강화와 부가가치세 면세제도 축소 등도 무기 연기돼 세제개혁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더욱이 정부가 최근 확정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일부 선심성 조항을 폐지키로 한데 대해 정치권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폐지ㆍ축소키로 한 세감면 조항들이 대거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적용시한이 만료된 79개 조세특례 조항 중 서민층 지원과 관련된 일부 세감면 규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폐기할 방침이었으나, 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일 것이라는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제동으로 ‘50개 연장, 29개 폐지 및 축소’라는 대폭 후퇴한 내용의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정 협의과정에서 민주당이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연간 감면액 8,300억원)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1,300억원) ▦중대형 아파트 관리비 부가세 면제(1,000억원) ▦농ㆍ수협 등의 예탁금 비과세 등 내년부터 없애거나 축소할 방침이었던 일부 특례 조항의 유지를 강력 요구하고 있어 5~6개가 부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부가세법을 전면 개정해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과 성형수술, 취미학원 등에 부가세를 물리려던 계획도 정치권이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알맹이'가 빠진 절름발이 개정에 그쳤다.

정부는 현행 부가세법이 각종 정책목적을 위한 특례규정으로 거래 질서와 가격체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면세범위를 크게 줄이고 소득 축소신고가 일반화한 영세사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하는 등 연내 전면 개정을 공언해 왔다.

부동산 세제개혁의 핵심인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부과는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우려되는데다 정치권 등의 반발로 중장기과제에서도 제외됐고, 지난해 부부합산 과세에 대한 위헌판결 이후 계속 제기돼온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현행 4,000만원) 인하도 구체적인 추진일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올해 말 시한이 끝나는 교통세의 경우 김진표(金振杓) 부총리가 ‘폐지 방침’을 수차례 공언했음에도 불구, 건설교통부의 로비로 슬며시 3년 더 연장됐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최영태(崔榮太) 소장은 “비과세ㆍ감면을 대폭 줄여 ‘넓은 세원’을 확보하려는 조세정책의 핵심이 이해집단의 요구로 이번 개편안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고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자산관련 과세의 현실화와 탈세를 일삼는 일부 자영업자의 소득 양성화를 게을리하면서 세원을 발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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