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국이 혼미 상태로 치닫고 있다.29일 나자프시의 이맘 알리 회교사원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는 이라크전 종전 후 최악의 참사로서 미군의 치안유지 능력에 중대한 공백이 있음을 보여준다. 126명이 사망하고 더욱이 이라크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이 희생됨에 따라 시아파와 수니파의 잠재된 적대감이 폭발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누구의 소행인가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30일 이라크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 최고 19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중에는 사담 후세인을 따르는 수니파 회교도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도 이날 알 카에다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파키스탄인 2명이 용의자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켄 폴락 연구원은 이번 테러가 후세인 추종세력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종파간 유혈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혼미 치닫는 정국
시아파 지도자로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모하마드 바르 알 울룸은 30일 이번 테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위원회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과 위원회가 이맘 알리 사원 보호에 무관심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그의 활동 중단으로 과도정부는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시아파 주민들도 나자프와 바스라, 바그다드 등에서 수 천명씩 몰려나와 알 하킴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알 하킴의 지원세력으로서 지금까지 이라크 사태에 중립을 지켜왔던 이란의 향후 태도도 변수로 등장했다.
치안부재가 계속됨에 따라 유엔도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요원 400여 명 중 40∼50명의 필수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분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곤혹스러운 미국
이번 테러로 미국은 이중의 상처를 입게 됐다. 미국은 비교적 협조적 자세를 보여왔던 알 하킴의 사망으로 시아파 통제를 위한 중요한 협력자를 잃은 셈이 됐다. 알 하킴이 폭사한 직후 시아파 시위대가 반미 구호를 외친 것은 미국의 이라크 통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남부 바이지 정유시설과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연결하는 송유관이 파괴돼 이라크 재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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