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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 나라를 떠나고 싶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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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 나라를 떠나고 싶은 까닭

입력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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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홈쇼핑 업체에서 내놓은 캐나다 이민상품에 983명의 신청자가 몰렸다는 소식은 듣는 사람 모두에게 할 말을 잃게 한다.지난달 28일 밤 11시 10분부터 90분 예정으로 캐나다 마니토바주 이민상품 판매에 나선 현대홈쇼핑은 80분 만에 신청자가 모집정원에 육박하자 방송을 10분 일찍 끝냈다고 한다. 3차례 방송으로 1,000명을 접수받을 예정이었으나 첫날의 성공적인 판매로 9월 10일 하려던 2차 방송도 4일로 앞당겨 1,000명을 더 모집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민이 TV 홈쇼핑의 상품으로 등장했다는 것, 거금이 필요한 이 상품이 순식간에 동났다는 것, 그래서 홈쇼핑업계 사상 최고의 매출(175억원)을 기록했다는 것 등 모두 놀랄 일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것은 신청자들의 연령층이다. 20대 11%, 30대 51%, 40대 29%로 20∼40대가 90%를 넘었다. 20∼40대는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지고 끌어갈 중추다.

무엇이 이들을 낯설고 물선 외국으로 내모는 것일까. 한마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늘 싸움박질이고, 정부는 방향도 못 잡은채 힘없이 휘둘리기만 하고, 노사분규는 쉴 날이 없고, 공권력은 있으나 마나 한 나라. 아이들 교육시키려면 허리가 휘어져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실업자 신세를 면할 수 없고, 좀 일할 만하면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며, 그렇다고 노후보장도 안 되는 나라. 희망 갖고 살기가 정말 힘든 현실이다.

정부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한 TV 홈쇼핑의 상품판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민을 이상한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많은 사람들이 이땅에 마음을 못 붙이고 이민을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바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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