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대미 강경발언과 핵 억제력 보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6자회담을 전후한 북한의 태도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도 감수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북한이 30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한 것은 1차적으로 회담 결과에 구속 받지 않겠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한 상황에서 합의사항에 구속될 경우 자칫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계개선이나 정책전환 의지는 전혀 없이 우리를 완전 무장해제시키려는 속심을 드러냈다"는 비난은 대외적 명분 축적과 함께 회담의 구속력 약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고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강권에 따라 합의사항 발표를 묵인한 직후 곧바로 회담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 틀을 수용했는데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을 다자 틀에 가두려 한다는 불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북한 내부의 혼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영일 수석대표가 중국의 요약문 발표를 묵인한 데 반해 대표단 중 한명이 베이징 공항을 떠나면서 불쑥 "차기회담이 불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여기에는 동시행동 원칙과 단계별 조치사항 등 회담전략을 모두 노출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대미 비난을 통한 내부 단속에 주력하게 됐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그러나 차기회담의 개최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31일 "2∼3개월 안에 차기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의 잇따른 강경발언은 향후 협상력 제고를 감안한 정치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조건을 달면서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미국도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인정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3일 11기 최고인민회의 개최, 9일 정권수립 55주년 등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다 대북 경수로사업의 중단 가능성도 높아 차기 회담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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