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터치로 포장하긴 했지만 시골 된장찌개 맛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드라마예요. 대본이 워낙 탄탄하고 연기자와 제작진의 호흡도 척척 맞아요. 멋진 작품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15일 첫 방송하는 KBS2 월화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로 드라마에 데뷔하는 가수 비(21·본명 정지훈). 지난달 28일 저녁 경남 사천시 앞바다에서 열린 선상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신인 탤런트 답지 않게 시종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비가 맡은 주인공 상두는 돈 많은 여자들을 유혹해 돈을 뜯는 신세대 제비족. 게다가 일곱 살짜리 딸까지 딸린 미혼부(父) 다.
우연히 10년 전 첫사랑 은환(공효진)을 만난 상두는 우여곡절 끝에 은환이 수학교사로 있는 고교의 수위를 거쳐 늦깎이 학생이 되고 은환과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엮어간다. 작가는 "비의 데뷔곡처럼 '나쁜 남자'의 착한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일단 독특한 소재가 눈길을 끌지만 같은 날 첫 방송하는 MBC 대하사극 '대장금', '야인시대' 후속으로 10월 방송 예정인 SBS '왕의 여자'와 맞붙게 돼 인기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시청률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PD와 작가는 "마음을 비웠다"고 겸손하게 대답한 반면, 비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받아쳤다. "시청률? 두고 보세요. 자신 있습니다."
비는 1년간 모든 활동을 접고 매달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투자 난항으로 제작이 중단되자 "가수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결심하고 10월에 낼 2집 준비에 몰두해 왔다.
그런 그가 드라마에 다시 눈을 돌린 까닭은? "출연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대본을 받고도 한동안 밀쳐두었다가 그냥 한 번 읽어봤는데 딱 '이거다!' 싶은 필이 오더라고요."
곱상한 얼굴에 키 185㎝, 몸무게 75㎏의 잘 단련된 몸매,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춤 솜씨는 신세대 제비 역으로 제격이지만,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가수를 기용한 건 아무래도 큰 모험이다. "가수의 인기에 편승한 캐스팅"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드라마를 보면 그런 우려가 싹 가실 것"이라고 말한다. "대본을 읽혀 봤더니 행간의 감정까지 짚어내더군요. 특히 영호남을 넘나드는 사투리 솜씨가 일품이에요."(이경희 작가)
제작진의 믿음에 화답하듯 비는 요즘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을 밤새워 보며 상두 역에 몰입해가고 있다. "나쁜 사람들 심리를 파악하려고 생전 안 읽던 신문 사회면과 사설을 꼼꼼히 챙겨봐요. 원래 '느끼남' 연기는 자신 있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 저도 놀랐어요." 그는 즉석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누님∼"하고 부르는 닭살 돋는 연기를 선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비는 "원래 말수가 적고 애정 표현도 서툰 편인데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말이 많아져 오락 프로그램 MC를 맡아도 될 것 같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기자 겸업에 나설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드라마 마치면 본업인 가수로 돌아갈 거예요. 물론 좋은 작품을 만나면 연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사천=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