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 25일) 하루 유난히 하늘이 맑더니 별 하나가 떨어지려고 그랬나 보다. 닮고 싶은 사람 중 한 분이 오늘 운명을 달리 하셨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아동문학가로 활동하셨던 이오덕 선생님이다.지난해 가을 어느 날. 그 동안 마음에만 품어온 분에게 나를 드러내 보였다. 볼품 없는 모양 때문에 늘 부끄러웠고,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뵙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항상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던 선생님께 서류 봉투에 두툼하게 글을 담아보냈다. 이토록 빠른 시대에 전자 우편 하나 가지지 않고 사신 분.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하얀 백지에 그 동안 아이들이랑 살아가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보냈다.
편지를 보내고 며칠 후 목이 바짝바짝 말라가며 선생님과 첫 통화를 한 그 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반겨 맞아 주신 선생님. 교사의 꿈을 키우던 대학 시절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선생님의 글, 선생님의 삶은 그 어떤 교육개론서보다도 강하게 나를 움직였다.
고 3 아이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첫눈이 내리던 날.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만사 제치고 달려갔다. 아이들과 1년 동안 나눈 이야기들을 열심히 인쇄해 달려갔다. 충북 충주의 시골집. 병치레로 수척해진 선생님. 그래도 두 시간 가까이 허허 웃으시며 반겨주신 선생님. 어린아이처럼 그저 좋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미소를 나누었는데...
사람의 운명이란 어찌할 수 없는 법. "즐겁게 돌아갔다"는 말만 전하라고 하셨다는 선생님. 장례를 마칠 때까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는 선생님의 '단호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꺼내 읽어야겠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비록 이승에서 다시 뵙지는 못할지라도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남무현·경기 부천시 원미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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