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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主客예의 아쉬웠던 U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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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主客예의 아쉬웠던 U대회

입력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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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생의 한판 축제가 끝났다. 유니버시아드는 지성과 낭만의 잔치라는 점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더구나 이번 잔치는 슬로건처럼 '하나가 되는 꿈'을 실현하는 우정의 마당으로서 더 큰 기대를 모았다.이번 2003 대구하계대회에서는 한편으로는 흐뭇하고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일이 교차되었다. 훌륭하게 치러진 개·폐회식, 대구시민의 질서의식, 특히 서포터스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먼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국제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우리의 지방문화의식도 그러하려니와 국제스포츠 빅 이벤트 성공시리즈의 완결편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에 유감스러운 일, 그래서 우리를 슬프게 한 것은 남북화합의 여망을 오히려 깨뜨리는 이념갈등, 보혁 충돌이다. 게임의 완성도와는 달리 '하나의 꿈'이 얼룩졌기 때문이다. 일부 극단주의의 과격시위에 이은 참가단의 돌출행동이 결국 순수한 스포츠정신을 훼손하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대통령과 대회 조직위원장의 유감표명에 이어 문화관광부 장관이 다시 개탄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니 일찍이 볼 수 없던 '사과시리즈'에 수치심까지 느껴진다.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민족갈등의 예고된 마찰이며 충돌이기도 했다.

잔치는 성대하게 끝났지만 이러한 소요, 구체적으로 스포츠의 정치이용이라는 사건이 세계스포츠역사에 어떻게 평가되고 기록될지 궁금하다. 겉으로 보아 그럴듯한 남북동시입장, 그리고 대구시민들이 합세한 공동응원은 분명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며칠 후 미디어센터에서 벌어진 남북충돌, 특히 북한기자들의 폭력행위에 외국 보도진은 경악과 당혹감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정말 저널리스트인지,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북한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만 했다. 서울에서 있었던 보수단체의 8·15시위와 관련하여 북측이 불참시사라는 위협을 해왔을 때부터 이미 이러한 정치적 파문은 감지되기 시작했다.

사과의 적절성은 접어두더라도 북한참가에 공을 들여온 '책임 있는 당국'이 '너무 흔들리지 않고 의연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말해서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남북한 참가=대회 성공'이라는 인식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북한의 미녀응원단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불만과 비판이 있었다. 스포츠의 본질이 게임이고 언론의 초점도 여기에 모아져야 하는데 지난 해 부산의 재판(再版)으로 모두 미녀응원에 도취된 듯했다. 현란한 춤과 노래, "우리는 하나"라는 한결같은 외침에 대해 '트로이의 목마'라는 비유는 스포츠제전을 모독하는 표현일 터이지만 스포츠게임의 순수성이 정치성에 손상되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잔치에는 주객(主客)이 있는 법이다. 주인은 손님을 초대함에 있어 예를 결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마땅한 것처럼 손님은 주인 측의 법도와 관례에 따르는 것이 도리이다. 체제를 비판하는 지나친 자극은 금물이다.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사회의 현상에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로마에 가면 로마 방식을 따르라 하지 않았던가.

더 이상 스포츠가 정치논리나 이념논쟁에 휘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개막 초부터 계속된 남북간의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선수단이 끝까지 경기를 마친 것은 스포츠정신에 충실한 결단이었음을 인정한다. 앞으로 스포츠에서의 남북교류는 계속될 것이며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듯 민족화해와 협력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역사는 역류할 수 없다. 더구나 어렵사리 남북스포츠교류의 물꼬를 트고 평화와 공동체정신, 특히 민족동질성의 발판을 마련한 지금, 이번의 시련을 '하늘의 시험'으로 받아들여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태 영 명지대 객원교수·스포츠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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