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들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 학교 도서관인가.""국립대 도서관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개방 문제를 놓고 재학생과 일반인간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있다. 일부 재학생들이 "일반인들의 도서관 이용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내세우자 신림동 고시생 등 일반인들이 "대학 도서관 개방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1997년 타교생과 일반인의 도서관 출입을 제한했던 서울대는 국립대의 특수성을 감안, 2000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도서관을 개방한 상태다. 그러나 개방 이후 일반인이 몰려들고 중·고생까지 열람실 이용에 가세하자 도서관 좌석 이용이 어려워진 재학생들이 '서울대 도서관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자치위원회의 이규진(28·법학)씨는 "자체 파악 결과 도서관 전체 3,500석 중 현재 외부인 이용자는 무려 1,000명에 육박한다"며 "신림동 고시생만 3만명인데 도서관 시설을 아무리 확충해도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모(23·경영)씨는 "이번 학기부터 농생대생들도 중앙도서관을 이용하게 돼 재학생들의 열람실 좌석 차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일부 부랑인이 도서관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고까지 발생, 외부인 출입 제한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 일부 재학생들은 "일방적인 외부인 출입 제한 주장은 서울대생들의 전형적인 이기주의"라며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서울대를 졸업한 황모(26)씨는 "도서관 개방운동이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시험 기간 중 부분 제한 등의 대안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도서관의 공공성을 의식한 서울대 총학생회는 도서관 논란에 신중을 기하는 입장. 총학 관계자는 "이 달 중으로 온라인 투표 등 여론 조사를 실시한 뒤 외부인 출입 제한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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