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방송계에 한국 드라마 바람이 거세다. 1996년 10월부터 규슈(九州) 방송이 '파일럿' '질투' '화려한 외출'을 잇따라 방송한 뒤 주춤했던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지난해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폭발한 것.월드컵 공동개최를 절호의 비즈니스 기회로 본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한국 붐 조성에 나섰고, 역시 월드컵 특수를 노린 민방들이 경쟁적으로 드라마를 공동제작하고 다양한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방송됐거나 방송될 예정인 한국 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권선징악(勸善徵惡)의 성격이 강하고 해피 엔드형 멜로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한국 드라마를 본 일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뻔한 내용이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가 재미있다" "지금 일본에는 없는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는 등의 의견이 압도적이다. 즉 한국 드라마가 트렌디 드라마에 길들여진 일본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옛 추억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붐의 또 다른 특징은 아시아 톱스타로 성장한 안재욱, '겨울연가'의 배용준, '올인'의 이병헌 등 매력적 남자 탤런트의 인기가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여성 톱스타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일본 드라마에 식상한 여성 시청자들이 남자 탤런트의 비중이 큰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고 이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고 굳건히 뿌리내릴지는 속단할 수 없다. 실제로 지상파 TV에서 방송된 '이브의 모든 것'(3∼7%), '가을동화'(1∼4%)의 시청률은 기존 프로그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 붐이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가속화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며, 향후 한국 방송사 등에 일본 드라마 및 프로그램을 더 많이 팔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 오랫동안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데 이들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경환 일본 조치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