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유방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종양유전자(HER2)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암 표적 치료제입니다.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의 성장 원인만을 차단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토나 탈모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지요."(주)한국로슈 초청으로 허셉틴 발매 유방암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미 국립 유방암임상연구협회(NSABP) 병리책임자인 백순명 박사(46·사진)는 허셉틴의 성과는 40년 역사의 NSABP임상연구 중 가장 획기적인 결과였다고 소개했다.
12개국 150개센터에서 469명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화학요법과 허셉틴 치료법을 병행했을 경우 표준화학요법만 실시했을 때보다 평균 25%정도 생존율이 향상됐고 ▲특히 HER2 유전자 환자들의 생존율이 약 45%정도 높아졌다는 것.
일반적으로 세포표면에 있는 수용체들은 단독작용을 하지 않고, HER2라는 단백질이 있어야 활동이 가능하다. 유방암 세포는 유전자변이를 일으키면서 HER2를 과도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방암 환자의 20∼30%는 HER2유전자가 과잉 발현(과다 존재)돼 유방암 진행속도가 빠르고 병 경과도 나쁘다는 것. 평균 생존기간도 일반 유방암 환자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셉틴은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HER2만 타깃으로 삼아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고, 암의 사이즈를 줄이는 약이다. 따라서 의사는 유방암 환자에게서 암조직을 떼내 HER2가 과잉 존재하는지 여부만 정확히 가려내면 된다. HER2가 과발현하지 않은 암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주사약인 허셉틴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단독투여, 혹은 다른 화학요법과 병용해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약값이 상당히 고가라는 점. 보험수가는 약 96만원으로 책정됐다. 또 대상환자를 찾아내기 위한 HER2 유전자 검사법(FISH:형광동소교잡법) 역시 500달러 정도의 고가인데다, 국내에서는 아직 검사기술이 숙련되지 않았다는 점. 최근 병리학자들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 유방암 병리 동호회를 조직했다.
백박사는 "위암환자의 30%정도는 HER2유전자에 양성반응을 나타냈다"면서 "아직 임상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위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SABP는 미국립암연구소(NCI) 지원을 받아 전세계 병원과 연계해 유방암 관련 신약의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유방암 치료와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박사는 "앞으로 초기 유방암 환자는 간단한 유전자검사만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 것인지, 수술 후 보조치료를 추가할 것인지, 약물요법에는 어떤 약을 선택하면 좋을지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NSABP는 유방암 관련 유전자 15개를 골라 이들의 발현정도를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칩을 올해 초 개발했으며, 내년안에 이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박사는 1981년 연세대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립암연구소연구원, 조지타운대의대 조교수 등을 거쳤으며 95년부터 NSABP에서 일하고 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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