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어떤 기준으로 보나 국제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4대 강국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들의 국가이익은 아직도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지만, 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한가지 큰 공통의 이해관계를 안고 있다. 그것은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이다. 동아시아는 발전의 잠재력도 크지만 충돌의 위험성도 높은 곳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그 위험의 정점에 있다. 이들 4강이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들 국가 지도자들의 머릿속에는 북핵 위기 해소가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은 중국의 무게가 가장 크게 느껴진 국제회의였다. 다자 회담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이 요구를 성사시켜 준 것은 중국이었다. 평양과 워싱턴을 왕복하며 6자회담을 이끌어냈다. 특히 양자회담만을 고집한 북한을 설득시켰다. 6각 테이블을 만들었고, 좌석배치에서 회의 진행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949년 공산당 정부수립 이래 4강이 낀 다자간 국제외교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 10년 전 북핵 위기가 안보리에서 토의될 때 중국은 지금과는 달랐다. 사사건건 미국이 추진하는 결의안을 반대하며 북한을 감싸고 돌았다. 전형적인 제3세계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다. 그랬던 중국이 북미 갈등의 한가운데로 들어서서 팔을 걷어붙였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중국의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서 대약진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중국이 필요한 것은 내외의 안정이다. 한반도가 잘못되면 중국은 최대 경제 파트너인 미국과 척을 지게 된다. 밀려들 북한 피란민은 어찌할 것인가. 장기적으론 아시아 핵확산의 불이익도 있다.
■ 또 하나 중국을 움직이는 원인은 제4세대 지도부의 새로운 사고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들은 북한과의 전통적 동맹관계에 대한 정서가 이전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6자회담을 앞두고 CNN은 흥미 있는 뉴스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후진타오 총서기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끊임없는 전쟁준비를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하라"고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의심도 들지만, 6자회담을 이끄는 중국을 보고 김정일 위원장의 시름도 깊어질 것이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