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물가가 매우 비싼 나라라고 알고 있다. 실제로 대중교통, 주거, 자동차, 식당을 비롯하여 기타 재화 및 서비스 비용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일본 국민의 평균 소득이 한국보다 높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일본보다 비싼 경우도 있는데, 특히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상점에서 판매되는 일상 용품의 경우가 그렇다.
프랑스산 포도주를 예로 들어보자. 서울에서는 1만원 이하에 프랑스산 포도주를 구하기가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동네 주류 판매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원두 커피는 어떤가. 한국 소비자들이 8,000∼1만2,000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양을 일본 소비자들은 3,000∼4,000원이면 구할 수 있다. (역시 커피 생산국이 아닌 프랑스에서는 2,000원 정도이다.)
또 유명 상표의 영국산 차 한 상자는 일본에서 약 1만5,000원이지만 서울에서는 거의 세 배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몇몇 고급 백화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구입하기가 매우 힘든 반면, 일본은 대부분의 동네 식료품 가게에서도 구비하고 있다.
국산품 중에서도 양국이 모두 정책적으로 폭 넓은 보조를 해주고 있는 쌀만 예로 들어도 일본이 한국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일본의 농가 소득은 한국의 농가 소득보다 높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소비자보다 수입이 절반인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들을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욱이 임금이나 임대료와 같은 각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제조 비용이나 판매 비용도 저렴한 한국에서 동일한 물건이 더 비싸게 팔리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는 유통 체계 및 독과점 형태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유통 업자, 판매 또는 수입 업자에서 기인한다. 독과점 체제에서는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체제를 바꾸려면, 한국에도 보다 효율적인 견제 세력 형성이 시급하다.
소비자 단체들이 지금보다 더 독립적이며 신뢰할 수 있고, 엄중하고 정확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독립적인 언론 매체를 통해 캠페인을 벌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보이코트까지도 시행할 수 있는 힘을 갖춘다면 가장 효율적인 견제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릭 비데 프랑스인 한국외대 불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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