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새마을금고 여자 강도사건은 주식투자 실패로 빚에 쪼들린 가정 주부가 딸의 장난감 총을 이용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범행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주부는 큰딸(6)에게 새마을금고 내부를 염탐시키고, 훔친 돈 통을 작은딸(2)의 유모차에 싣고 달아나는 등 어린 딸 2명을 데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충북 청주동부경찰서는 31일 이 사건의 용의자로 주부 김모(24·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씨를 붙잡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6세짜리 딸을 범행에 이용
김씨는 26일 오후 5시10분께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내율사 새마을금고에 딸의 장난감 총을 신문지에 싼 뒤 들어가 여직원 2명을 위협, 1,506만원이 든 돈 통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씨는 평소 딸 진료를 위해 새마을금고 2층 소아과병원을 다니면서 이 새마을금고의 경비가 소홀한 것을 알고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집에 있던 장난감 총과 선글라스, 모자 등을 준비한 뒤 범행 당일 오후 1시30분께 두 딸까지 데리고 새마을금고에 도착했다. 이후 인근에서 3시간여 동안 새마을금고 경비 상태를 살폈으며 큰 딸을 새마을금고에 보내 직원이 몇 명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김씨는 새마을금고 영업이 끝나고 남자 직원 1명이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 딸들은 소아과병원에 두고 혼자 들어가 범행을 감행한 뒤 빼앗은 돈 통을 들고 나와 작은딸의 유모차에 싣고 달아났다.
주식투자에 8,500만원 날려
김씨는 3년 전부터 자신과 남편(33·노동) 명의로 신용카드 15개를 발급받아 카드회사 등으로부터 8,490여만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려 채무 변제 독촉에 시달려왔다. 특히 최근 들어 집의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가족과 함께 집을 나와 친정 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해 순간적으로 강도 짓을 떠올렸다"며 "평소 새마을금고의 경비가 소홀하다고 생각해 남편 몰래 이곳을 털기로 맘을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빼앗은 돈 중 1,000만원은 카드 빚 등을 갚는데 쓰고 300여만원은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 제보로 검거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탐문수사 과정에서 인근 주민으로부터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자가 평소 새마을금고 2층의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결정적인 제보를 접수했다. 경찰은 30일 병원과 약국에서 김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친정 집에 있던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가 새마을금고에서 빼앗아 사용하고 남은 돈 200만원과 범행 도구인 장난감 총, 선글라스 등을 압수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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