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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자기장으로 사람속 "손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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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자기장으로 사람속 "손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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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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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이상해 병원을 찾으면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확실한 진단을 위해 CT(Computed Tomography·컴퓨터 단층촬영)나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자기공명영상)를 해 보시죠"라고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값비싼 MRI검사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병원 입장에서도 장비 가격만 10억∼30억원에 이르는데다가 성능 유지를 위해 고가의 헬륨가스를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하는 등 부대비용이 만만찮아 비용을 무턱대고 낮출 수 없는 형편이다.그러나 MRI검사가 뇌질환 등 주요 질병 진단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만큼 병원이 애지중지하는 대표적인 장비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 1.0㎜ 이하의 미세한 뇌혈관까지 관찰할 수 있는 3.0T(테슬라)급 MRI가 도입돼 훨씬 선명하고 정밀한 영상을 얻어 질환 진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신형 MRI기기가 새로 도입된 것을 계기로 MRI의 개발역사와 원리, 활용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어떻게 개발됐나 1946년 펠릭스 블로흐와 에드워드 밀스 퍼셀은 자기장 안에 있는 원자의 핵마다 고유 전파를 가하면 핵이 공명을 일으키며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했다(이들은 이 공로로 195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73년 폴 로터버는 위치마다 자기장 세기를 높여 영상화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MRI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자기장 세기가 작아 제대로 된 영상을 얻지 못했다가 1980년대 중반에야 1.5T의 고(高)자기장 초전도체 자석이 개발되면서 실용화했다.

자기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G(가우스)와 T(테슬라·1T=1만G))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0.3∼0.6G이고 강력한 음량을 자랑하는 대형 스피커 내 자석의 자기장도 300∼500G 정도이므로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된 1.5T급 MRI가 얼마나 큰 자기장 세기를 이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400여대의 MRI기기가 있는데 최신형 3.0T MRI기기는 서울대병원과 영동세브란스병원, 대구동산의료원 등에 보급돼 있다.

어떻게 촬영하나 인체내의 원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인데 80%가 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수소 원자의 핵은 N극과 S극을 가진 아주 작은 '꼬마 자석'역할을 한다. 이 꼬마 자석이 평상시에는 제멋대로 배열돼 있지만 외부의 강력한 자장(보통 지구 자기장의 5만배를 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다) 내에 놓이면 '세차 운동(precession)'을 하게 된다. 세차 운동은 팽이가 돌면서 멈추기 전에 기우뚱거리며 도는 것과 같은 운동이다.

이 세차 운동의 빠르기는 각 핵마다 달라 고유의 진동수를 갖는다. 인체의 각 부위마다 조금씩 다른 자기장을 가하면 부위마다 다른 진동수로 세차 운동을 하게 된다. 이때 아주 짧은 라디오파 에너지 펄스를 이 꼬마 자석에 가하면 공명(resonance)을 하면서 각기 다른 신호를 발생한다. 이 신호를 또 다른 자장을 가하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위치가 파악된 이 신호는 '수신 코일'이라는 안테나로 감지돼 영상신호 정보로 바뀌어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MRI사진이다.

어떤 진단에 쓰이나 MRI는 X선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이 인체에 노출될 위험이 없다. X선이나 CT촬영 때처럼 요오드 성분의 조영제를 쓰지 않으므로 별다른 부작용도 없다.

또한 MRI는 횡단면 촬영만 가능한 CT와 달리 필요한 각도의 영상을 의료진이 선택해 촬영할 수 있어 진단의 폭이 넓다. 이에 따라 뇌출혈과 뇌경색, 뇌종양 등 모든 뇌질환 진단에 매우 유용하며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나 퇴행성 척추 질환 진단에 거의 필수적인 검사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전자 방출단층촬영)가 최첨단 영상진단에 각광을 받고 있다. PET는 포도당과 같은 인체의 기본 대사물질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특수 방사성 의약품으로 만든 다음, 이를 인체에 주입해 암세포를 영상화하는 진단기술. PET는 각종 암 진단과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운동 장애 질환의 감별 등에 활용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진단방사선과 최병욱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정태섭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변홍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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