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을 끝내고 30일 베이징(北京)을 떠난 북한과 미국 대표단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제임스 켈리 미측 대표는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환한 표정으로 "생산적인 출발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우 긴 여정에 오른 것"이라는 그의 말 속에는 후속 6자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묻어 있다.같은 날 북한 대표단은 공항에서 준비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후속 회담에 관심과 기대가 없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의 말만 듣자면 북한은 다음 여행 길에 나서지 않을 태세다.
양측 정부의 공식성명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전해진다. 미 국무부는 29일 회담이 끝난 직후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 회담에서 진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은 30일 외무성 대변인의 회견을 빌어 회담을 무익한 탁상공론으로 깎아내렸다.
이런 상이한 평가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미국은 다자회담의 틀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 효과적인지를 실험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 폐기를 주장한 것은 이 실험의 대성공을 의미한다.
북한에는 회담장이 미국의 대가를 재는 무대였다. 그 기대는 미 대표가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고 '무장해제'만을 요구하자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협상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시작부터 카드 패를 보이는 협상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를 풀려는 의향이 있다면 보다 진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을 보여야 하며, 북한은 핵 폐기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자 압박의 작동을 진전으로 보는 미국의 태도나, 핵 위협으로 선물을 챙기려는 북한의 고집 모두 핵 문제 해결의 장애물일 뿐이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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