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을 축출하는 일은 쉬워도 전후 이라크를 재건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전 중동 전문가들은 이렇게 예측했다. 그들의 지적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이 추진하는 이라크 재건사업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대형 테러사건으로 피에 얼룩져 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8월 29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의 회교사원에서는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20여명이 사망했다. 전후 일어난 테러 가운데 최악의 사태이다. 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로 미국에 협력해 오던 알 하킴이 이번 테러의 표적이 되어 사망한 것은 이라크 사태를 더욱 혼미 속으로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로 종파간 분쟁이 격화되고 알 하킴에 망명처를 제공했던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면 이라크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라크 재건사업의 적신호는 이번 사태보다 열흘 앞서 발생한 바그다드의 유엔 사무소에 대한 폭탄테러 때 켜졌다. 유엔 지도자의 한 사람인 브라질 외교관 데 멜루와 20여명의 유엔 직원이 사망했다. 분쟁지역에 파견된 유엔직원의 사망은 있어 왔지만, 이렇게 의도적인 테러목표가 된 적은 없었다. 이라크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설명해주고도 남는다
이러한 어려움은 미국이 무리하게 전쟁을 벌인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다. 전쟁 중에 죽은 미군보다 테러로 죽은 미군 숫자가 벌써 많아졌다. 그렇다고 테러가 용인될 수는 없다. 이라크의 정세가 혼미해지고 재건사업이 지체될수록 고통받는 것은 선량한 이라크 국민들이다.
미국도 힘에 부쳤는지 유엔군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진작 그런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유엔에 의한 재건사업도 다른 분쟁지역에서보다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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