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31일 막을 내렸다. 이제서야 조마조마하던 가슴을 쓸어 내린다. 대회규모나 진행에서 성공리에 치러져, 국제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은 대회였다. 반면 스포츠보다는 이 대회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사건들이 불거져, 말도 많고 아쉬움도 컸던 잔치였다. 174개국 젊은이의 '하나가 되는 꿈'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너무 사치스럽고 낭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세계인을 초청해 놓고 시민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남북한에만 쏠려 있었다는 비판도 일었다.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입장한 것은 흐믓한 일이었고, 결과도 남북한이 각각 10위권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우리가 스포츠에 저력 있고 우수한 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은 서로 응원하며 민족적 동질성과 통일에의 희망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 남한 내부적으로 만만치 않는 반목과 대립의 정서가 도사리고 있음을 드러낸 대회이기도 했다.
사고는 대회 전부터 예고되었고, 대회 중에도 여러 차례 위기를 가져왔다. 인공기 훼손을 이유로 한 북한의 불참시사, 남한 보수단체와 북한 기자단의 충돌 등은 남북한 모두의 조급성과 정치적 미숙을 보여준 것이다. 정치와 스포츠 문화를 구분하지 않는 편협함으로는 스포츠 제전에 참여할 지구촌 시민 자격이 없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북한 미녀 응원단의 이중성도 우리를 즐겁고 혼란스럽게 했다. 경제사정과는 아랑곳없는 듯이 그들은 쾌활하고 적극적이었고, 또 정치적이었다.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한 그 점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 없던 남측 공연단과 북측 응원단이 함께 마련한 29일의 남북공동 문화공연에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보람도 컸지만, 반성해야 할 것과 시사하는 점도 많은 유난스런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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