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분규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외국기업들은 과도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사업철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31일 KOTRA가 내놓은 '2003년 외투기업 노사분규 현황과 외국인 CEO 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분규는 지난달 28일 현재 27건으로 국내 전체 발생건수의 9.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생건수(26건)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사분규가 일어난 사업장은 민주노총 소속이 25개사(92.6%)를 차지했고,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3건(85.2%)을 기록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 분규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적별로는 일본계(10건)나 프랑스계(7건)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직장폐쇄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7건에 달했다.
설문에 응한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과도한 임금상승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 상실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수출물량이 다른 나라 사업장에 속속 넘어가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일본계 자동차부품 CEO들은 한국 완성차 업계의 과다한 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압박으로 사업 철수를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CEO들은 또 시설물 점거 같은 업무방해 행위가 벌어져도 공권력이 개입을 꺼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과 원칙의 준수를 요구했다.
KOTRA 이평복 외국인고충처리팀장은 "정부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계속되는 외투기업의 노사분규가 산업공동화와 외국인투자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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