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국들이 값싼 카피약(특허권이 있는 약의 성분을 모방한 약)을 합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중보건 부문 협상안이 2년 여의 진통 끝에 30일 최종 타결됐다.WTO의 146개 회원국 대표들이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채택한 결정문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의 극빈국들은 WTO의 특허보호규정(TRIPS)이나 특허권 보유 제약사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치명적인 전염병의 치료약에 대한 저가의 카피약을 임의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케냐 등 아프리카 대표들은 이날 "에이즈 환자 1명의 1년치 정품 약값만 최소 1만 4,000달러(1억7,000여만원)가 들지만 이는 한 빈곤국의 1년 예산보다도 많은 액수였다"며 환영했다. 케이스 록웰 WTO 대변인도 "WTO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협상안은 2001년 말 발의된 이후 지난 해 말 미국을 제외한 145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었다. 미국은 28일 "카피약이 선진국에 역수출 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대적으로 잘사는 빈국들은 철저히 제외한다"는 등의 단서를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양보했지만, 일부 개발도상국들이 제한이 너무 많다며 반대해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한국은 이번 결정의 수혜국도 아닌데다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등 세계 시민단체들은 31일 "대상 품목에 당뇨병, 천식 등 치사율이 높은 비전염성 질병이 빠지는 등 여전히 거대 제약회사들에게 유리하다"며 협상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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