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준다는데도 싫다고?회사와 1억원 연봉 계약을 할 사람이 느닷 없이 사표를 냈다. S생명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회사가 1억원의 연봉 계약을 하자는데 사표를? 직장인에게 1억원 연봉이면 그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일 수 있다. 어쩌면 1억원 연봉 계약을 할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1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포함해 겨우 2만1,000명. 지난 연초 국세청의 발표다. 거기까지 가려면 대학 졸업 후 최소한도 20여년 이상 피나는 경쟁과 중노동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1억원 연봉계약으로 그 2만1,000명의 랭킹에도 들어 갈 30대 직장인이 사표를 내다니... 그것도 시기적으로 '직장인의 지옥'으로 불리우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었을까? 혹시 어디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가 온 것은 아닐까? 무수한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유유히 회사를 떠났다.
담배 끊기와 직장 끊기
직장인은 누가 뭐래도 수입에 큰 비중을 둔다. 수입이 직장생활의 전부는 아니지만 수입이 시원치 않은 직장을 좋다 할 직장인은 없다. 1억원 연봉 계약을 며칠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낸 30대의 샐러리맨 K씨는 그 좋은 조건을 걷어차고 왜 사표를 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억대 연봉자가 되고 나면 사표를 내고 창업할 용기를 잃을 것 같아서요." 그가 사표 낸 이유를 듣고 사표중독증에 걸린 직장인들은 일제히 "부럽다, 부러워"를 외쳤다. 그는 작은 장난감 회사를 차렸다.
사표는 하나의 결단이다. 담배끊기 만큼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 사표 아닌가? 사표는 직장 끊기다. 남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K씨의 사표 뒤에는 보통의 수준을 넘는 독한 결단이 도사리고 있다. 작지만 자기 사업을 창업하기 위해서 억대 연봉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IMF 체제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그의 사표는 무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1억원이라는 강한 유혹을 뿌리치며 쓸 때 사표는 더욱 사표답다.
꼭 떠나려면 사표 쓰지 않고도
사표도 종류가 꽤 된다. 툭하면 "나 사표낼 거야" 말로만 내는 사표가 가장 싸구려다. 병의 증세처럼 주기적으로 내는 사표도 있다.
기념일 사표도 있다. 입사 10주년 기념일, 과장 발령 받은 5주년 기념일( 더 이상 승진이 없을 때),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에 재출발 결심 사표도 있다. 술만 마시면 쓰는 알콜성 사표도 있다. 직속 상사가 바뀔 적마다 쓰는 사표도 있다. '신임상사 거부병'이다. 부부싸움만 심하게 해도 사표 쓰는 것은 가정직장 두루뭉수리혼동형이다. 쫑코먹고 사표 쓰는 경우도 비율이 높다. 쫑코 면역결핍증이다.
사표는 한 번 쓰는 것이다. 썼다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취소는 없다. 단 목적 관철을 위한 사표도 있긴 있다. 승진이나 승급, 또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의견관철용 사표는 취소해도 무죄다. 단 꼭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경우, 예를 들어 아주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받았다든가 독립하여 회사를 차려야 할 때는 사표를 미리 제출할 것도 없다. 화장실에 간다고 나와서 돌아가지 말라. 사표는 우송하면 그만이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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