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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者 선언/ 미국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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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者 선언/ 미국 반응

입력
200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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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보유 선언 및 핵 실험 강행 용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의 표면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지는 않다. 한국 러시아 일본 외교관들의 적극적 수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관리들로부터도 회담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들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백악관과 국무부측은 김영일 북한측 수석대표의 회담장 내 공개 발언을 "북한의 상투적인 허세와 선동"이라고 일축, 다자 회담의 모멘텀이 북한의 강성 발언에 의해 가려지는 것을 차단하는 냉정함을 보였다. 클레어 뷰캔 백악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북한은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시키는 선동적인 발언을 자주 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우리 팀의 평가는 긍정적인 회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이런 평가는 다자 회담의 틀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핵 폐기 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설정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목표는 5개국이 한 목소리로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인식시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미국은 앞으로도 6자회담을 이어갈 충분한 매력을 찾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핵 개발 및 실험에 대한 거친 말을 6자회담장에서 뱉을수록 다른 국가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북한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한다는 게 미국의 셈법이다.

하지만 향후 미 정부 내부의 기류가 평탄하게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및 실험 강행 용의 표명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 정부 내 강·온파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 대표의 발언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의 핵 폐기에 동의할 의도가 없다는 강경파의 주장에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또 "핵 기술을 실제 핵무기로 전환시킬 능력이 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하게 될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에 대해 당국자들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이같은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현 핵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결국 외교 협상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핵 실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비난 결의문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토록 해 북한이 전쟁 행위로 간주하는 대북 경제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와 공화당 일각에서는 북한의 주장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원칙을 고수해온 부시 대통령에게 치명적 일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전시 대통령의 이미지와 함께 외교력을 인정 받으려는 부시의 대선전략에 중대한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애당초 이번 회담의 기대치를 차기 회담 일정을 잡는 데 두었다. 다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밟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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