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앤디 워홀에 관한 책은 그가 그린 캠벨 수프 통조림만큼이나 많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한 예로 그가 정확하게 언제 태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합의한 생일이 1928년 8월6일. 살아 있었다면 75세가 되었을 6일, 그의 고향 피츠버그에 있는 워홀 미술관에서는 입장료를 그날 하루 75센트로 특별 할인했고 공짜로 생일 케이크를 나누어 주었다. 이런 기념 행사와 더불어 그에 관한 책 출판도 활발하다.워홀에 관한 책이 많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앤디 워홀의 철학'등 워홀 자신의 저작도 상당수 있고, '공장'이라 불린 그의 작업실에 드나들던 사람들이 87년 워홀이 죽은 후 너도나도 책을 펴냈다. 그가 그림, 사진, 영화,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것도 한 이유이다. 또 파란만장한 그의 삶은 전기 작가들이 즐길 만한 소재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이민 온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과 병으로 얼룩진 어린시절에 모호한 성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유명 인사나 동성애자들을 친구로 더불고 다녔고, 68년에는 주변 인물의 총에 맞아 치명적 부상을 하는 등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의 탄생을 기념해 이 달에 재출간된 빅터 보크리스의 '워홀'은 이제껏 나온 그의 전기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장장 6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으로 워홀의 인생역정을 풍부한 자료와 함께 보여주지만, 해답을 주기보다 의문점을 여전히 남긴다는 평이다.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나는 앤디 워홀을 샀다'(I Bought Andy Warhol)도 6월에 나왔다. 리처드 폴스키라는 한 화상이 워홀 작품을 집요하게 찾아 다니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98년 소더비 경매에서 1,730만 달러에 팔린 워홀의 그림 '오렌지색 마릴린'의 역사는 물론, 미술시장의 속얘기를 알기 쉬운 설명과 함께 들려 준다. 이밖에 최근 출판된 책으로 뉴욕시립대 교수 웨인 코스텐바움의 2001년 작 '앤디 워홀'은 워홀의 성 정체성을 그의 영화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같은 해에 나온 컬럼비아대 미술사학자들의 글모음 '앤디 워홀(옥토버파일 시리즈)'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죽음과 재난의 주제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게 흠이다.
워홀은 알려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그린 통조림은 단순한 자본주의의 이미지일까, 아니면 20년 동안 같은 점심을 먹어야 했던 가난의 기억일까.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다음 그리기 시작한 그의 초상은 스타에 관한 것일까, 아니면 죽음에 관한 것일까.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품 표면만 보면 된다"고 했지만, 그 표면 위에는 자꾸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박 상 미 재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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