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에 싼 장난감 총으로 충북 청주의 한 새마을금고를 털어간 여자 강도의 행방이 묘연하다.26일 사건발생 직후 금고 폐쇄회로 TV를 판독한 경찰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은행 강도라기에는 좀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범행 수법이 서툴렀기 때문. 이 여강도는 범행 장면이 생중계하듯 화면에 잡히는 바람에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사진) 특히 그녀는 범행 10분 전 내부를 살피러 금고에 들어왔을 때는 시커먼 선글라스를 썼다가 실제 범행 때는 오히려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 선명하게 드러난 범인 얼굴은 여러 차례 방송을 타면서 '공개 수배'가 됐다.
경찰은 수법상 초범일 가능성이 높고, 얼굴마저 완전 공개된 만큼 검거는 시간 문제로 생각했다. 그러나 제보 전화가 거의 없는데다 이렇다 할 단서마저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제보는 겨우 8건. 이것마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너무나 서툴러 보이는 여강도였지만 추적을 당할 단서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다시 사건을 원점부터 꼼꼼히 되짚어 본 결과 범인이 의외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여자는 금고 뒷문으로 뛰어 들어와 "돈내놔. 안 내놓으면 쏜다"고 위협한 뒤 현금 1,500만원이 든 통을 빼앗아 들어왔던 문으로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초. 범인의 대담한 행동에 질린 탓인지 여직원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금 통을 내주고 말았다.
경찰은 범인이 금고 마감시간 직후 야간 현금지급기에 현금을 채워넣을 시점에 침입했다는 점에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과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얼굴을 가리려 하지 않았고 TV에 얼굴이 나와도 제보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조선족 등 외국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