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만든 곡이 이제서야 국내에서 연주가 되네요."교수 위주의 한국 작곡계에서 드문 프리랜서 작곡가인 강은수(43)씨는 자신의 관현악곡 '대지와의 대화' 국내 초연을 앞두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대는 한국일보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공동주최로 9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03 안익태 기념 음악회'. 94년부터 시작된 이 음악회는 애국가의 작곡자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안익태(1906∼1965) 선생의 음악혼을 기리고, 차세대 작곡가와 연주가를 소개하는 자리다. 특히 관현악곡 연주는 신진 작곡가에서 흔치 않은 기회다.
'대지와의 대화'는 올해 제10회를 맞은 국내 최고 권위의 안익태 작곡 콩쿠르 대상 수상곡으로 작곡자가 독일 유학시절에 외국 문화에 길을 잃은 자아를 찾아나가며 대지 위에 서는 느낌을 관현악으로 표현했다.
"얼마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연주 때 이 곡을 처음 들어봤는데 힘이 넘쳐 주체를 못하더군요. 그래서 대폭 수정을 했습니다." 유학을 마친 20대와 불혹에 접어든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삶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다. "처음 작품이 대지 위에 우뚝 선 저를 표현했다면 지금은 대지와의 조화를 추구했어요. 작품의 구성 요소였던 물, 바람, 흙, 공기 등을 나 자신의 그릇에 담을 수 있게 된 거죠."
그는 "더 이상의 수정을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 "국내 작곡계 발전을 위해 음악회에 창작곡 쿼터제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면서 "쿼터제가 생기면 제가 제일 많이 쓸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강씨는 서울대 작곡과 졸업 후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윤이상의 음악분석으로 디플롬을 받았다. 현재 독일 브레멘에서 재독 여성 작곡가 박영희의 음악세계를 분석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안익태 음악회에서 또 한 명 눈길을 끄는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민유경(30)씨.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인 95년 영국 메뉴힌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후 도미, 2000년 미국 워싱턴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1위 및 관객상 등을 휩쓸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유명한 일화도 많다. 그는 93년 개교한 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대 음대를 중퇴한 3명중 한명이다. 당시 서울대 기악과에 실기수석으로 입학했던 민씨는 "김남윤 선생님이 그 쪽으로 옮기셨고,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무엇보다 평생 연주생활을 할 거라는 생각에 별로 고민하지 않았어요."라고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3년 만에 예술종합학교를 졸업, 1회 졸업생에 앞서 첫 졸업생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 귀국, 현재 연간 15회 정도 연주회를 갖고 있는 그의 연주는 '자신에게 엄격하다'라는 평을 받는다. 이번에 연주하는 생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처음이다. 어떤 연주를 들려줄것이냐는 물음에 "최상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 후 "제가 정경화, 장영주는 아니니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상의 것이란 말"이라고 덧붙인다.
2003 안익태 기념 음악회는 이 밖에 강석희가 지휘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케스트라와 150명의 연합합창단 연주로 음악원 예술영재로 입학한 여나현(소프라노) 등이 안익태의 교성곡인 '한국 환상곡'과 가곡 '흰 백합화' 등을 연주한다. 공연문의 (02)3472―1313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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