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센터! 다시 말한다. 세계무역센터 꼭대기로 무언가 돌진하고 있다."2001년 9·11 테러 당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피해자들과 경찰, 항만청 등 외부기관과의 긴박했던 마지막 교신 내용이 28일 공개됐다.
WTC 일대를 관할하는 뉴욕·뉴저지항만청이 공개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첫번째 여객기가 WTC 북쪽 건물에 충돌한 직후 남쪽 건물 고층에 있던 여러 명이 항만청에 전화를 걸어 대피 여부를 물었지만 당시 항만청 경찰은 "연기가 보이지 않으면 일단 대기하라"고 답했다.
이들은 15분 뒤 또다른 비행기가 남쪽 건물에 충돌하면서 모두 숨졌다.
유족들은 당시 항만청이 대피를 권고했더라면 살 수도 있었다며 "이런 내용의 공개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할 뿐"이라며 오열했다.
또다른 통화에도 "건물에 비행기나 로켓이 충돌했다. 사방에 사람들이 죽어 있다.", "맞은 편 빌딩 옥상에서 수 십 명이 뛰어내리고 있다.", "제트기 연료가 타고 있다. 물이 필요하다."등 피해자들의 긴박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항만청측은 "경찰관과 민간요원들이 두려움 속에서도 각자의 사명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애도했다.
2,000쪽 분량의 당시 통화 녹취록은 그동안 유족의 심리적 충격을 우려해 공개가 미뤄졌으나 뉴욕타임스의 소송을 계기로 이날 발표됐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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