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내 성추행범으로 지목된 40대가 지하철 탑승 시간이 기록된 교통카드 덕분에 범행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돼 무죄를 선고 받았다.회사원 김모(44) 씨는 지난해 3월 평소처럼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서 있다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붙잡혔다. 1주일 전 지하철 4호선을 이용, 미아 삼거리역에서 혜화역까지 가는 도중 20대 여성을 성추행 했다는 것. 경찰은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범인이 맞다"는 피해자의 말만 믿고 김씨를 입건했고 김씨는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김씨가 제시한 자신의 교통카드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증거가 됐다. 후불 교통카드 사용내역 확인서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7시30분∼40분 사이에 미아삼거리역에서 전동차에 승차했다. 7시55분께 미아삼거리역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에 비춰보면, 대략 20분 가량의 차이가 나 두 사람이 미아삼거리역에서 같은 전동차를 탔을 가능성은 희박해 진 것.
사건 당일 김씨의 출근시간을 8시30분께로 표시한 김씨의 회사 출입증도 또 하나의 증거가 됐다. 김씨 회사는 3호선 양재역에서 14분 가량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양재역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혜화역에서 8시10분께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상황과 일치할 수 없었다. 김씨는 결국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항소3부(황경남 부장판사)도 29일 "교통카드 등의 분석결과를 보면 두 사람이 범행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고, 피고인이 검거된 때는 사건 발생 7일 후여서 피해자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담보하기 어렵다"며 "또한 피해자는 범인이 카키색 정장을 입었다고 진술했으나 김씨에게는 그런 정장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김씨는 무죄"라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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