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 남자배구 북한-우크라이나전이 열린 22일 오후 대구체육관. 관중석 한켠에 자리잡고 응원전을 펼치던 북의 '미녀응원단'을 본 순간 기자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먼 발치에서 바라본 그들은 '북한'이라는 인상보다는 남쪽의 여대생들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흰색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로 코디한 차림은 서울의 강남 수준은 아니지만 언뜻 언뜻 도회적인 느낌을 주곤했다. 언행도 예전과는 달랐다.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때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으면 선뜻 "좋습네다"라고 답하며 손까지 흔들곤 했다.이후 이들은 보수단체와 북한기자단간 폭력사태 등의 여파로 이틀이나 U대회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여곡절 끝에 28일 응원에 다시 나선 이들을 목도한 기자는 또 한번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이날 오후 경북 예천에서 양궁 응원을 마친 후 응원단과 선수들을 태우고 대구로 향하던 버스행렬은 고속도로 진입 직전 갑자기 멈춰섰다. 이어 "높으신 장군님의 사진을 저렇게 허름한 곳에 비를 맞도록 두고 갈 수 없다"며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이 담긴 환영 플래카드를 나무 위에 올라가 떼어냈다. 응원단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일부는 상이라도 당한 듯 곡을 했다.
'장군님 플래카드'철거는 그들에겐 당연히 취해야 했던 비상조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외모는 달라졌을지 몰라도 내면은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도 설득력을 얻는다. 북에 대한 짝사랑과 배려는 때론 필요하다. 그러나 '장군님 플래카드'를 보는 양쪽의 시각조차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않는 한 짝사랑은 아직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광진 사회2부 기자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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