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폐막된 제1차 베이징(北京) 6자회담은 파국을 일단 막고, 북핵 문제 해결은 '다음으로 기약한 회담'으로 평가된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를 봤다는 우리 대표단의 설명은 결국은 북미간 현격한 의견차를 확인했다는 반어(反語)로 보인다.특히 2차 6자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차기 회담 장소와 시간을 결정하지 못했고, 공동발표문을 성사시키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달 이내 개최와 북미의 사태 악화 조치 중지에 공감했다지만 9월부터 경수로 중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군사훈련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자칫 장기공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예상대로 부시 대통령의 발언 수준대로 "침략이나 정권교체 의도가 없다"고 밝혔을 뿐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부했고 준비해온 대북 협상안을 꺼내지도 않았다. 단계적·병행적 방법으로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데 공감했지만 선 핵포기 요구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북측 역시 사실상 태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영일 북측 대표가 도발성 발언을 해 기대됐던 양자 접촉도 2번만에 문이 닫혔다.
물론 이번 회담을 북미간 견해 차를 확인하는 탐색전으로 본 만큼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여러 통로를 통해 미국이 상당히 세부적 내용의 대북 제안을 준비했으며 다음 회담에서 이를 제시할 것임을 전했다는 점에서, 다른 참가국과 달리 북한만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공동발표문도 북한이 끝까지 난색을 표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의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다며 그냥 각자가 결과를 얘기하면 되지 공동발표문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막판에 흔들었다"고 밝혔다. 미국도 공동발표문 작성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회담의 참가국들은 향후 회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미간 가시적 의견 접근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2차 회담도 이번 회담의 수준에 그칠 경우 6자회담이라는 대화 프로세스 자체의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특히 미국이 인내의 한계선을 넘을 수 있다. 대화를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입지도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 우리 대표단이 일정을 앞당겨 회담 폐막과 함께 급거 귀국하고,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부터 6일간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다급해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다.
/베이징=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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