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뭐가 그리 아쉬운지 더위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다.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30일 밤 12시 '하얀 폭력 눈사태'를 방송한다. 벌써부터 웬 눈사태? 난데없어 보이지만, '납량특선'이라고 생각하면 그 배려가 고마워진다.'백색의 죽음'으로 불리는 눈사태는 매년 전세계에서 100만 건 이상 일어난다. 눈사태는 하나의 자연현상이지만, 사태를 당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
1997년 세계적으로 가장 험한 산 중 하나인 네팔의 안나푸르나봉을 오른 젊은이 2명이 자연과 맞서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거대한 눈더미 속에서 그들은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다. 산을 오르던 중 눈사태가 일어나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산이 말을 하는 거니까 존중해야지요."
같은 시간 스위스에서 스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 놀이의 도구였던 눈이 순식간에 '설마'(雪魔)로 돌변한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카메라로 쫓는 사람들은 눈사태의 장관을 화면에 담기 위해 고성능 폭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거대한 눈 판이 무너지고 새로운 눈 판을 깨면서 파도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카메라는 눈사태를 쫓고, 오디오는 '우르르르∼' 천둥소리를 내며 밀려오는 눈의 소리만을 담는다.
눈사태로 인해 눈 속에 갇힌 사람들은 밀려오는 공포, 그리고 추위에 떨며 죽음과 한 판 싸움을 벌인다.
눈사태로 인한 비극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과 상황 파악력. 위험한 설원에서는 삽과 탐침 발신기, 기본적인 생존 장비를 늘 몸에 지녀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눈이 많은 마을에서는 눈사태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다.
눈사태가 일어나는 과정과 그 파괴력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과학자들이 여러 수단을 동원해 위력적인 눈사태의 정체를 탐구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설경 속에 똬리를 튼 '백색의 죽음'은 이런 인간들의 처절한 노력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다.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설산으로 향한다. 설원이 내뿜는 매력 때문이다.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어쩜 저렇게 실감나는 장면을 화면에 담을 수 있었을까'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브라운관을 뚫고 코 앞까지 밀려올듯한 흰 눈과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눈의 소리를 생생히 담아낸 화면을 보고 있자면 더위가 싹 가신다.
겨울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눈은 다시 내릴 것이다. 이번 겨울, 설원 위의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눈과 친해지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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