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나라당의 세대갈등 전선(戰線)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소장파 의원이 제기한 '60세 용퇴론'을 두고 공식회의 석상에서 논쟁이 붙었고, 의원들도 세대별 회동을 잇따라 갖고 대응책을 모색했다.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 "최근의 '60세 이상 물러가라'는 용퇴론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특정한 연령을 잘라 그 이상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반영될 방법도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대표의 진화노력에도 불구, 용퇴론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져 나갈 조짐이다. 소장 그룹의 주축인 남경필 의원은 최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오자 "지역구 여론을 들어보니 '60세 이상은 어렵다'는 얘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영국 노동당도 선거패배로 침체의 길에 놓였을 때 원로들이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고 맞받았다. 그는 또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내의 건강한 파열음은 바람직하다"며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분위기 잡기와 제도마련의 두 축으로 물갈이를 계속 공론화할 것"이라고 일전불사 의지를 다졌다.
타깃이 된 중진들도 바빠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한백회'와 '상록회' 공동모임을 가진 데 이어 저녁에도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김용갑 양정규 나오연 의원 등 중진 13명은 만찬 모임에 동석한 최 대표에게 "분란을 일으킨 원희룡 의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최 대표는 "재발 시에는 가만 두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발언 진의가 왜곡된 면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중진들을 달랬다. 유흥수 의원은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키 160㎝ 이하는 안되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말했다.
중간 입장에 선 재선 그룹도 이날 저녁 회동,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나이에 따른 물갈이론은 잘못된 것"이라며 일단 중진쪽에 힘을 실어줬다. 홍준표 의원은 "세대통합을 해야 할 마당에 갈등을 부추기는 철부지의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 기준을 들이대면 대표와 총무부터 나가야 한다"며 "당직자로서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킨 만큼 그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문수 의원은 "두부 자르듯이 나이를 나눠서 나가라는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면서도 "도태되어야 할 인사가 많은 것은 사실인 만큼 그 방법을 신중히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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