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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실태 폭로 獨의사 폴러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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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실태 폭로 獨의사 폴러첸

입력
200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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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씨가 27일 미국의 보수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에 글을 보내 "한국이야말로 북한에 자유를 찾아주는 데 가장 큰 외부 걸림돌"이라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이번 기고문은 북한 인권 활동가로 나선 직후 햇볕정책과 자신의 활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던 그가 왜 한국 정부를 향해 대결자세를 취하게 됐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또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북한 주민들의 삶에 두어야 할지 아니면 거시적 체제 변화에 둘 것인지 등 풀기 어렵고 해묵은 난제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폴러첸의 주장은 2002년3월 탈북자 25명의 주중 스페인 대사관 기획 망명을 성사시킨 직후 밝힌 입장과 사뭇 다르다. 당시 그는 "햇볕정책과 탈북자들의 여러 시도들이 병행될 때 북한 체제 붕괴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망명 성공으로 명성을 얻은 그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에 북한주민 1,500명의 해상탈출 추진, 북한 고위당국자의 기획 망명 계획 등 할리우드식 프로젝트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한국정부와 갈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그는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왜 김대중 정부는 북한정권에만 햇볕을 쪼이고 주민들을 외면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나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면 그게 햇볕정책이건 뭐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는 그의 대북관과 주변환경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9월 메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미국 기자들을 취재 제한 구역으로 안내했다가 추방 당한 그는 북한 체제를 언제 가라앉을지 모를 배로 규정한다. 그는 종종 북한 정권의 주민 탄압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비유하고 이에 대한 침묵은 곧 죄라고 주장한다. 점진적인 북한의 체제 변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그에겐 악에 눈감은 행위다.

재정적인 측면 등에서 그를 돕는 미국, 일본 등의 우파 성향 후원자들도 최근 그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 그의 미국 내 후원자인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사무국장,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국장 등은 그의 미 의회 증언과 행정부관계자와의 면담을 성사시켜왔다. 그는 "호로위츠가 감독이라면 나는 주연 배우"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런 행적은 그의 극단적인 삶과도 연관되어 있다. 독일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는 1999년 독일 의료개혁 과정에서 시위를 주도하면서 과격한 투쟁 방법을 사용했다. 매스컴의 이목을 받기 위해 법정에서 권총자살 및 자해 소동을 벌였다. 그러는 사이 그의 아내도 그를 떠나버렸다. 이후 경제적으로도 파산한 그는 북한이 세계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북한으로 날아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청년시절 체게바라와 호치민을 신봉한 좌파"라며 "독일에서는 급진적 공산주의로 비치고 한국에서는 극우로 비치고 있다"고 자조했다. 과격한 활동이 대다수 북한주민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내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2년여 동안 폴러첸은 주중 탈북자들의 외국대사관 진입이라는 기획망명을 성사시키고, 미국 등지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폭로하면서 이방인으로서는 성취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이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폴러첸의 약력과 활동

▲ 1958 독일 뒤셀도르프 출생

▲ 87∼90 알코올 중독 전문의

▲ 90∼99 괴팅겐에서 개업의로 활동

▲ 99 독일의료제도 개혁시위 주도. 권총자살 소동. 이혼

▲ 99.7∼ 독일 긴급구호 의사단 일원으로 북한 의료지원활동. 해주인민병원 등서 활동, 헌신적 봉사로 북한 '공화국 친선메달' 받음

▲ 2000. 12 북 당국으로부터 추방

▲ 2001. 1 판문점에서 불법 월북 기도 후 체포됨

▲ 2002. 3 탈북자 25명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 기획망명 주도

▲ 2002.5. 월드컵 기간 중 북한주민 1,500명 해상 탈출 추진 발표

▲ 2002. 6 몽골에 탈북자 난민 수용시설 건립 추진 발표

▲ 2002.9 탈북자 16명 베이징 독일인 학교 기획망명 주도

▲ 2002. 10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에게 탈북자 보호 호소문 발송

▲ 2003.2 주한 중국대사관서 탈북자 북송 반대 1인 시위

▲ 2003. 8. 24 대구 유니버시아드 경기기간 중 북측기자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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