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여성 아미나 라왈(32) 모녀의 사연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라왈의 고달픈 인생 이야기는 작년 1월 딸을 낳으면서 시작된다. 전 남편과 이혼한 지 2년여 만의 일이었다. 미혼모인 셈이었다. 당시 나이지리아 북부 카치나주의 이웃들은 그녀를 주 이슬람 법원에 고발했고, 3월 1심에서 바로 사형이 선고됐다. 이후 국제 인권단체와 자원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8월 항소했으나 "아기가 젖을 뗄 때까지 집행을 연기한다"는 판결만 받은 채 기각됐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와 성관계를 갖거나 아이를 낳으면 온 몸을 목까지 모래에 묻고 돌로 쳐죽이도록 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적용한 결과였다.
라왈 사건은 최근 최종 3심이 진행되면서 또 다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27일 상고심 법정에 출두한 라왈은 극도로 지쳐 있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방청석에 나온 삼촌은 "라왈이 심리적 고통으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자비를 호소하다 1, 2심에서 패한 변호인단은 이날 새로운 변론 전술을 썼다. "라왈이 배우지 못한 탓에 판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모르고 이혼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했다" "이슬람 율법에 태아는 자궁에서 최대 5년간 잠복할 수 있다고 했으므로 지금의 아기는 전 남편의 자식일 수 있다" "라왈이 임신했을 당시에는 샤리아가 시행(카치나주는 재작년 6월)되기 전이었으므로 공소 대상이 안된다"는 등의 논거를 내세우며 무죄를 호소했다.
이에 원고측은 "이혼 상태에서 임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죄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맞섰고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재판부는 최종 선고를 9월 25일까지로 연기했다.
샤리아에 따르면 절도범은 손을 자르고, 강간범은 돌로 쳐 죽이고, 술을 마시면 공개 태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여성은 간통뿐 아니라 미혼이나 이혼 등 독신인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져도 사형에 처한다. 반면 남성에 대해서는 간통을 했더라도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최소 4명의 증인을 내세워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건만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인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을 비롯한 관리들은 샤리아 적용에 반대하고 있고, 연방법원도 지난해 3월 샤리아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북부 지역의 전근대적 이슬람 정서가 워낙 강해 자칫 폭동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부 이슬람교도들은 1999년 이후 샤리아에 반대하는 남부 기독교도들과 충돌해 수 천 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4년 전 샤리아 도입 이후 지금까지 5명이 돌팔매 처형 선고를 받았으나 이슬람 법원도 국제사회의 반발 등을 의식해 아직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종교를 빙자한 시대착오적 야만이 가녀린 라왈과 아기를 어디로 끌고 갈지….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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