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4층 당무회의장. 정대철 대표가 회의장 정리를 위해 당무위원 이외의 사람은 나가줄 것을 요구하자 그러잖아도 소란스럽던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저 XX, 끌어내", "어디서 깡패 XX들을 동원해 회의장을 점령했느냐", "쌍X의 XX들, 정신차려", "개XX들"….신주류는 구주류를, 구주류는 신주류를 향해 의원이고 당직자고 가릴 것 없이 육두문자와 함께 책상을 내리치고 삿대질을 해대는 장면이 가관이었다. 거의 매일 환한 표정으로 TV화면을 장식하는 지도부 인사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저런 욕설을 참고 점잔을 뺐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회의장이 아니라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남성에게 인기 있다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거의 1시간여 동안 욕설이 오간 끝에 가까스로 회의를 시작했지만 신당 추진을 위한 전당대회 소집 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만 오갔을 뿐 누구 한 사람 국정현안은 꺼내지도 않았다.
신·구주류가 집안싸움을 하고 있는 그 시각,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계속됐고, 민주노총 압수수색 문제로 노동계와 경찰력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구주류의 목소리나, 정치개혁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신당을 해야 한다는 신주류측 주장이나 모두 일반 국민에겐 '딴 세상의 얘기'로 들린다. 신·구주류가 모두 앞세우는 민심은 지금 신당을 둘러싸고 엽기행각을 보이는 집권당보다는 민생을 챙기고 국사를 성실하게 돌보는 성숙한 여당을 바라고 있다.
이진동 정치부 기자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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