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검찰권력에 관해 언급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의 비리에 대해 "별것 아닌 문제"라고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는 "권력이 있는 만큼 견제도 필요하다는 차원의 얘기"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가벼운 말이 파문을 낳고 이에 대해 해명이 나오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우선 짜증스럽다.검찰의 독립을 한껏 강조하던 노 대통령이 견제와 감시를 들고 나온 것은 느닷없다는 인상을 준다. 감찰기능에 관한 언급으로 듣기에는 독립과 중립성을 손상할 수 있는 뉘앙스가 강하다. "대통령도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 말은 적어도 문맥상으로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검찰을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검찰의 권력에 맞서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이 필요하다는 말이 검찰을 길들이기 대상으로 여기는 발상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 말을 들은 검찰이 위축될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노 대통령의 생각을 의심케 하는 다른 한 가지는 김 전 대통령 아들의 비리가 어째서 별것도 아닌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온 나라가 흔들렸던 그들의 비리를 이제 와서 옹호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기라도 한 것인지 설명을 듣고 싶다. 현 정부의 검찰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비유하고 싶었다고 애써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비리를 다룬 것은 전임 정부의 검찰이었고 보면 앞뒤도 어색하다.
아귀가 맞지 않는 이런 말들은 호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 정부는 악화한 호남 민심을 달래야 하는 사정이 있다. 그렇다고 그 지역에 가서 유독 검찰 견제에 관한 언급을 하거나 대통령 아들 비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함부로 해서야 매우 옹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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