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25일 남북경협사업의 일환인 북한 개성공단을 육로로 방문했다.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는 근접성과 월 65달러(7만8,000원) 수준의 저렴한 인건비 등 강력한 장점을 겸비하고 있어 진작부터 중소기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번 시찰에 참가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각종 인프라와 투자 보장 문제만 해결된다면 원가경쟁력 악화로 힘겨워 하는 중소기업의 물류중심기지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서울에서 1시간, '사실상 수도권'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출발한 시찰단은 50여분 만에 경의선 연결 지점인 도라산역 인근 출입국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여기서 2㎞ 떨어진 북한측 CIQ를 거쳐 토지개발공사가 100만평에 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중인 개성공단 1단계 사업부지 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서울-개성간 남북 연결도로가 내년께 완공되면 서울에서 1시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현대아산 관계자의 설명이 덧붙여지자 곳곳에서 "이렇게 가까웠냐"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서울이 지척인 개성공단의 입지 조건은 가히 환상적"이라며 "수도권에 생산 기반이 없는 중소제조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인들도 "이 정도 거리면 공산품뿐만 아니라 유통기간이 짧은 식음료 생산에도 최적조건"이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기반시설 확충, 투자 보장 등이 관건
2,000만평에 이르는 부지는 송악산을 뒤로 한 개성 시내부터 군사분계선(DML) 인근에 걸친 평야에 걸쳐 있다. 정영철 개성시 대외협력사업국장은 "개성은 해발 42m의 확 트인 지형으로 공단부지로는 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지조성공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부지 설계가 9월초에 끝날 예정이며, 남북간 각종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공기 방화 사건 등으로 4대 남북경협 합의서 조인이 늦춰진 것도 조성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1∼2년 늦어진 2007년이나 되야 입주 가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염려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 특히 SOC 미비로 건설 비용까지 추가돼 평당 30만원선으로 논의되고 있는 임대료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평당 30만원이면 낮은 인건비를 상쇄한다"며 "10만∼15만원 사이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노동력 운영의 자유'도 강조했다. 중소기협중앙회 서병문 부회장은 "아무리 노동력이 풍부해도 인력채용과 관리의 자유가 없으면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살리는 현실적 대안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중소기업인들은 한결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안영기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개성공단 20만평에 200개 섬유업체만 입주해도 국내 섬유산업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학권 금형조합 이사장도 "무엇보다 말이 통하고 거리가 가까워 중국과 동남아 보다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영수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공단내 10만평의 부지를 따로 내서 이르면 연내에 중소기업 입주를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부족한 SOC 환경이지만 노동집약적인 산업부터 입주해 사업추진일정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번 방북을 기획한 기협중앙회 정양근 남북경협위원장은 "노사문제, 인력난, 물류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게 개성공단은 기업할 의욕을 찾아줄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개성=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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