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길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공중전화를 이용할 때 사용하곤 했으나 이제는 휴대폰에 밀렸다. 하지만 10원짜리 동전의 힘은 막강하다. 얼마 전 1,000만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라며 기탁한 진정군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진씨는 1년 동안 매일 10원씩 더해가며 돈을 모았다. 지난해 6월부터 10원, 20원, 30원식으로 적립했다. 1,000만원은 여기에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부터 매일 2002원씩 모은 돈을 합친 것이다. 그런 동전 2002개로 만들어진 '다보탑'은 한 은행 본점에 전시돼 있다.■ 해외 관광지에서 연못 등에 던진 동전을 모아도 상당하다. 지난달 초 호주인 2명이 한국은행을 찾아 '지급수단 등의 수출입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몇 시간 후 공항에서 수하물로 찾은 한국 동전을 8개 자루에 나눠 들고 다시 한은에 와 1만원짜리 지폐로 교환했다. 이들이 가져온 것은 10원부터 500원짜리 동전으로 무려 2,500여만원이나 됐다. 한국 관광객들이 호주 태국 등의 관광지에서 연못 등에 던진 동전을 꺼낸 것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 1,000원짜리 지폐도 푸대접을 받고 있다. 1만원권에 비해 함부로 취급해 몹시 더러워지거나 손상된 채 유통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다. 5,000원권이나 1만원권 지폐의 청결도는 지난해보다 높아진 반면 1,000원권은 떨어졌다. 전체 지폐의 평균 청결도는 상승했지만 1,000원권은 낮아졌다. 그만큼 함부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1,000원짜리 지폐가 지저분한 것은 일반인들이 거래과정에서 별 신경 없이 다루는데다 금융회사들이 한은에 입금하기보다 금고에 일시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경기가 나빠서인지 위조지폐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1,931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의 위조지폐는 99% 이상이 프린터 및 디지털 복합기 등 컴퓨터 관련 기기가 만들어내고 있다. 동전의 경우를 보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말이 거짓이 아님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러나 1,000원짜리 지폐가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나 위조지폐가 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돈이 부정하게 오고 가는 현실을 접하면 돈에도 격(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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